9월 28일 서초동 집회를 다녀와서

국민은 하늘이다. 임명권자에게 생명을 부여한 이는 국민이다. 하늘이 부여한 추상과 같은 임무를 수행하고 정의의 검이 법 앞에서 공정하게 행사될 때 억울抑鬱을 호소하는 국민은 줄어들고, 정의가 흘러넘쳐 인권은 보장될 것이며, 민주는 꽃을 피워 사람들은 평화와 평강을 구가하리라.

이곳은 법의 본산이 줄지어 서 있는 서초동이다. 촛불 집회가 6시인 줄 알고, 나도 일찍 갔으나 4시도 되지 않아 거리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찼다. 사람들은 계속 꾸역꾸역 밀려들고 지하도는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지난 탄핵 정국 때처럼 일가족이 모두, 노년의 부부와 중년의 부부들이 손에 손을 잡고, 아이들 무등을 태운 젊은 부부들과 청춘 남녀들은 뜨거운 가슴을 집회장에서 불사르기 위해 모여들었다. 

4시가 넘자 벌써 지하도 밖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지극히 평화로운 가운데 삼삼오오 모여 초를 사거나 나누는 모습들이 흥겨웠다.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처럼 어떤 것으로부터 해방된 느낌이었다. 후면도로까지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외치는 구호는 똑같았다. <검찰개혁 조국수호> <문재인을 지켜내자> < 윤석열은 물러가라>구호가 울려퍼졌다.

6시가 가까워지고 집회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너나없이 성난 코뿔소로 변했다. 아니 불을 뿜는 공룡처럼 화염이 공중을 떠돌았다. 성냥을 그어대면 그냥 불이 붙을 것처럼 그들이 내뿜는 숨은 뜨거웠다. 밤이 되자 백만 개 아니 이백만 개의 촛불이 빛을 발했다. 하늘을 점거한 불꽃놀이 그것은 대한민국 오천만이 쏘아 올리는 염원, 하나의 우주쑈였다

그들은 왜 성이 났을까. 그들을 성나게 한 것은 무엇일까. 임금에게 속고, 매국 대신들에게 속고 미군정에 속았다. 한 사람 한 사람 목숨 걸고 모은 독립군자금 20만 냥을 몽창 가져다 미국 년하고 바람을 피우다 대통령이 된 잡놈 중의 잡놈 이승만에 속았으며 미국의 비호를 받고 시작되고 마감되는 군부의 쿠데타로 독재의 그늘에서 또한 속고 또 속고 살아온 세월, 100년이었다.

군부가 장악했던 시절 일찍이 독재의 사냥개였던 검찰은 얼마나 많은 선량과 민주투사에게 올가미를 뒤집어씌웠던가. 독재 정국에서 어쩔 수 없었다 하던 검찰은 여전히 부정한 정권에 아부하며 없던 죄도 만들어 대통령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권력의 상징이 되었다.

드디어 맛을 들인 검찰은 이번에도 하늘이 내린 서릿발 같은 명령을 멋대로 듣고 자신들에게 들이대야 할 개혁의 검을 반대 방향으로 치켜들었다. 개혁 의지에 머리와 몸통을 형체도 없이 베려던 검찰의 불법적인 행보로 인해 국민들이 초조했던 밤은 얼마였던가. 또 속았구나! 반드시 '검찰은 개혁 대상 일호이며 적폐의 핵심이구나'를 되뇌이는 밤낮으로 인해 국민의 스트레스는 목까지 차올랐던 것이다.

개혁의 주체가 다시 희생되는 것은 아닐까. 저들은 털고 또 털더라. 반드시 고도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과거처럼 죄를 뒤집어씌우면 어쩌나!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던 중 집회에 참가한 개개인은 수류탄과 맞먹는 폭발력을 지닌 민중이 되어 서초동을 중심으로 한 강남을 모두 메웠던 것이다.

100년을 속고 살아온 분노, 다시는 속지 않으리라는 각오, 이제 아무에게도 맡기지 않으리라는 결기를 다진 민중은 침착했다. 화염방사기와 같은 화를 안으로 삭인 민중의 거룩한 분노는 끝내 검찰을 비롯한 사법을 개혁하고 정의와 민주를 꽃피우리라. 이백만의 불꽃이 된 거룩한 분노는 아름다웠다. 그 군중 속에 살아계신 신의 현현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밤하늘을 밝히는 거룩한 분노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검찰청 앞으로 모인다는 소리는 삼삼오오 카톡을 통해 듣기는 했어도 누구와의 약속도 없이 시민들은 모였다. 누구의 지시도 없었다. 끼리끼리 약속을 잡았다. 특별한 일이 없는 사람은 다 몰려나왔다. 도저히 살림도 안 되고 속이 끓어 잠을 잘 수도 없다는 시민의 목소리들이 한 결로 들려왔다.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니? 정말 파렴치한 자들이지 뭡니까.
윤석열이 멧돼지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네를 낙마시키는 바람에 윤석열이 민주 인사인 줄 알았잖습니까.
저도 그랬어요. 지금 보니 명박과 그네가 한 패거리일 때 그네를 잘라낸 거였어요.
명박 산성에서 내려온 사냥개인줄 모르고 그간......허허
그네만 잘라내면 지네들은 온전하데요?
그러게요. 전 정권도 많이 해 쳐먹기는 했지만 미친 것에 불과하다면 명박이는 정말 희대의 사기꾼인 것을 국민들이 다 아는데 본인들만 몰라요. 사대강 비리, 자원외교비리, 방산비리가 합치면 수백조 라데요. 어째서 대통령이라는 사람들이 모조리 대도이고 사기꾼, 학살범에 연쇄살인법 참 화려하기도 해요.

그러니 검찰이 명박산성의 사냥개들인데 수사를 하겠습니까?
해야 할 수사는 안 하고 엉뚱한 사람을 잡아 죽일 기세에요.
그래서 검찰개혁은 이번 정권의 가장 큰 과제죠

“검찰개혁 조국수호!”

외치는 사이사이 가끔씩 삼삼오오 나누는 대화다. 촛불 군중은 이미 100만이 넘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배동으로 가는 길, 강남대로로 뚫린 길이 없었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야 200만이 족히 되는 숫자가 모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평범한 사진기로는 앵글을 잡을 수가 없어 드론이 등장했다는 것 아닌가.

잃어버린 일행은 아예 찾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군중은 자신의 의지 없이 이미 방향 없이 밀려다녔다. 있는 자든 없는 자든, 귀천도 없었다. 신분의 고하가 보이지 않았다. 본부석에서부터 몰려오는 <조국수호 검찰개혁> <문재인을 지켜내자> <윤석열은 물러가라>가 태풍이 몰려오듯 본부석에서부터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몰려갔다. 200만의 외침이 부싯돌을 치듯 하늘을 향해 작열했다.

멀쩡한 사람이 또 뛰어내릴까 겁이 나서 잠도 안 와요.
늘 사악한 것들은 아니고 똑똑하고 청렴한 민주 인사가 꼭 죽고 말잖아요.
조국 장관 아이들은 아마도 정신적 트라우마가 생겼을 거에요.

누구라도 포기하고 죽을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나는 오늘 소리소리 다 지르다 갈 거 에요.

불법을 저지른 게 얼마나 없으면 털어도 털어도 안 나올까요?
아무리 없어도 저것들은 젖은 짚단도 두들겨패서 먼지를 피운다잖아요. 누군가 뛰어내릴 때를 기다리고 기레기들 자한당, 한 편이 되어 날마다 달달 볶는 거지요.
노통 보세요. 10개월을 털렸잖아요. 털어도 털어도 안 나오니까, 지쳐서 포기할 때를 기다리는 거죠. 노통이 검찰개혁 하겠다니까 끝까지 달달 볶아 죽인 거에요. 노통은 타살이라고 볼 수 밖에 없어요. 당시 정권에 충성하던 검찰과 언론이 죽인 거에요.

이번에도 검찰개혁 하려는 문통과 조국을 달달 볶아 죽일 수 있다고 자신한 거지요. 그러나 우리 국민 70년이 넘는 세월, 쓰레기 언론 때문에 얼떠리우스가 되었다가 이제 깨어났어요. 너무 순해서 100년을 당했잖아요. 이제는 속지 않아요. 너무 불쌍해서 지금은 신이 직접 진두지휘하시는 것 같아요.
기레기 언론부터 철저히 처단해야 해요.
그러게요. 언론부터 잡아넣어야 해요.

박근혜 처단하는 것을 보고 민주진영에서도 착각했다는 것이 정말 우수워요. 그래서 윤석열 인기가 대단했어요. 조국을 잡아 흔들기 직전까지. 그래서 민심을 받들어 윤석열을 총장으로 임명한 거잖아요. 그런데 지명받자마자 수족들을 제 측근으로 모두 불러들였죠. 그리고 나서 조국 흔들기를 시작하는 바람에 윤석열의 정체가 온전히 드러났죠. 임명권자를 무시하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지요.

불법에서 불법으로 건너뛰며 날마다 공소장을 변경하며 소설을 개작하고, 자한당과 기레기들과 나팔을 불고 꽹과리를 쳐댔죠. 그러고 보면 윤총장이 돌대가리에요. 그렇게 난리를 쳐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잖아요. 그렇군요. 그래서 검찰개혁이 꼭 필요한 것을 온 국민이 다 알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검찰개혁의 일등공신은 윤석열이에요.
정말이에요, 그리고는 기레기 언론이지요.
검찰개혁과 동시에 나쁜 언론도 씨를 말려야 해요.

다시 풍물패와 나팔부대가 지나갔다. 한꺼번에 부는 나팔 소리는 어마어마했다. 장관이었다. 공기의 압을 폭발시키는 그 소리에 빌딩도 무너질 것 같았다. 우리는 물리적 힘이라면 오로지 소리만을 의존하는 민족이다. 어떤 폭력도 우리에겐 부재하리라. 우리는 유사이래 가장 착하고 인간적이고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어서 그렇다.

누구일까? 플라스틱으로 된 청색과 적색의 나팔을 준비한 사람은. 수백 명은 되는 숫자가 고개를 쳐들고 검찰청을 향해 동시에 불어제끼는 나팔 부대를 보며 불현듯 생각나는 장면이 있었다. 성경이었다.

가나안을 정복하러 떠난 이스라엘 민족이 여리고성을 함락할 때가 여지없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2미터가 넘는 두께의 성벽은 게다가 이중의 성벽이었다는 것 아닌가. 그 철옹성, 그 난공불락을 분쇄하기 위해 이스라엘 민족을 향해 하나님은 말도 안 되는 주문을 하신다. 하루에 한 번씩만 다 함께 여리고 성을 돌라는 것이다. 칠 일을 돌되 마지막 날은 여섯 번을 돌고 마지막 한 번을 돌 때는 모든 민족이 나팔을 불고 소리를 외칠지어다.

정말 마지막 그날이 다가왔다. 여섯 번을 돌고 나서 이스라엘 민족은 하나님이 명하신 대로 마지막 일곱 번째 여리고성을 돌기 시작했다. 제사장들은 함께 나팔을 불었다. 이스라엘 전 민족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천둥과 같은 함성은 그 견고한 성벽을 치고 나갔다. 여리고성은 가차 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 여리고성처럼 검찰을 비롯한 사법은 속수무책 무너져 내리리라! 난공불락의 요새가 부서져 내리고 나서 깨끗이 청소되어야 하리라. 민주의 기틀을 뿌리부터 흔드는 무리들을 나중에는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시절은 오리라. 그리해서 검찰의 입맛대로 불법이 횡행하는 사회가 물러가고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한 사회, 정의가 강물처럼 넘실대는 마을마을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을 구가하리라!! 훗날 역사는 우리 시대를 일러 뭐라 기술할까.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승원 주주통신원  heaj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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