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 한글의 위상(位相)

지정부 주주통신원l승인2019.10.16l수정2019.10.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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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573돌 한글날을 맞았다. 우리 말글 바로쓰기를 주창해 온 내가 우리 한글의 위상과 앞으로 시정할 점, 또 풀어 나가야 할 문제점 등을 지적하련다. 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바이다. 한글은 그 창제 원리의 과학성과 독창성 등을 인정받은 유일한 언어로, 세계 많은 언어학자들이 ‘꿈의 알파벳‘이라고 칭송한다. 독일의 언어학자 베르너 사세는 “서양이 20세기가 돼서야 이룩한 음운이론(音韻理論)을 세종은 5세기나 앞서 체계화하였으며, 전통철학과 과학이론이 결합한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창제연도나 기관, 그 업무에 참여한 인물들까지 밝히고 있으며, 창제 이유를 비롯해 음운학적 해설, 창제원리 등을 상세하게 서술한 훈민정음과 해례본 등으로 엮어냈다. 글이 없어 이두문자로 말을 표기하는 어려움이 해결되어 우리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 있게 됐으니 문화의 대혁명이었으리라.

더군다나 어렵기 짝이 없는 한문 글자 밖에 없던 세상에 “하루아침에 화장실에서 익힐 수 있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익히기에 아주 쉬운 글자가 발명됐으니 언어문화계의 대변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한글이 당시 사대부들의 한문숭상 사조와 불교, 유교문화의 한문 위주 문화의 영향으로 인하여 언문(諺文=개글: 한문은 ‘참글’이라 함)이라 불리며 소외당하며 상민과 여성들만의 세계에서 쓰이는 운명에 처해졌다.

그러다가 그리스도교가 들어와 성경이 보급되면서 한글보급도 활발해졌다. 그러나 불행히도 일정치하에 접어들어 우리 말, 글 말살정책으로 완전 폐색일로로 치달았다. 게다가 한문 문화의 활발한 침식(浸蝕) 탓에 우리 고유의 말들이 점차적으로 알게 모르게 뒤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고유의 순수한 우리말이 사라져 갔다. 이런 진통 끝에 조국 광복과 더불어 우리의 말과 글을 되찾게 되었다.

▲ 국립한글박물관

지금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파급되고 있는 한류가 큰 효과를 거두려면 한류의 근본인 한글이 그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 한글 테마로 국가이미지를 창출해 낸다면 국제사회에서의 빈약한 한국 이미지는 강화되고 덩달아 한류가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일고 있는 한글 학습 열풍은 대단하다. 지금 국외에서 한국어 강좌가 개설된 대학은 60개국 700곳에 가깝고, 한국학교, 한국교육원, 한글학교 수가 100여 개국, 2150여 곳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해 글이 없는 부족들이 자기네 말을 적기 위해 한글을 선택해서 사용하는 종족들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주시경 선생은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고 했다. 한국이 정보통신(IT) 강국에 이어 한류문화 강국이 되어가는 밑바탕에는 우리 말과 글의 기여도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겠다. 과학적이면서도 단순하여 문자의 입력, 전송, 검색 속도가 그 어느 언어보다 빠른 한글은 지식정보화시대에 개인과 기업, 더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음절문자(音節文字)인 중국어나 일본어는 음소문자(音素文字)로 바꾸어 표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알파벳이나 한글에 비해 정보를 만드는 속도가 훨씬 느려질 수밖에 없다. 또 한글은 알파벳과 달라 자음과 모음 기호를 양손으로 나눠 칠 수가 있으므로 문자 입력속도에서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한글은 세계 어떤 말이나 그 음가(音價)에 가장 가깝게 표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데 까다로운 발음 몇 가지는 표기하는 데 미흡하다. 그 점을 보강하는 방법을 과학원에서 수년전에 연구해 발표한 적이 있었다. 원래 훈민정음의 28자 중에 없앤 4글자 중 몇 개를 활용하면 어렵잖게 해결이 된다.

끝으로 미래의 큰 과제가 남아 있다. 그 동안에 한글은 숱한 난관을 겪어 왔다. 한문 위주의 교육과 출판, 또 일본어의 침식 작용 등으로 우리의 순수한 아름다운 말을 많이 잃어버렸다. 아니, 잃어버렸다기보다 뺏겼다고 해야 옳을는지, 아예 사라졌다. 요즘 우리의 각종 미디어를 비롯해 각종 포럼, 나아가서는 거리의 간판들에까지 외래어가 남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아니꼬운 것은 거의 모든 방송들에서 “뗑뗑뗑(...)”이란 말을 많이 쓰고 있는데, 그게 “점점점”이라는 일본어이다. 국어연구원에서도 이 점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 이번 한글날에 시저 권장 단어 50가지를 발표했는데, 거기에도 이 지적은 없다.

국영방송인 KBS TV마저 시정을 요청하는 부탁을 몇 차례 했는데도 마찬가지다. 물론 아나운서가 아닌 오락 방송자이거나 패널인 경우가 많다. 점이니까 “땡~”으로 쉽게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그러려면 “땡땡땡”(발음에 주의를 요함)으로 발음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의성어(소리 흉내소리), 의태어(태도 흉내소리) 형태처럼 ‘의형어-擬形語=내가 지어낸 말)’ 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이미 이렇게 저렇게 해 말들을 찾아내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본다. 비근한 예를 들면 ‘고맙다‘를 ’감사하다‘가 차지했고, 값이 ’싸다‘를 ’저렴하다‘가 차지하듯, 원래의 고유어 자체가 사라져버린 경우가 숱하게 많다. 그런 말들이 ’한글대사전‘(광명출판사 간)에 상당수 실려 있다. 한편 외래어 남용을 지양하고, 앞서 지적한 ’빼앗긴 우리 말‘을 찾아내어 지금 추진 중인 <통일 겨레말 큰사전>에 싣도록 하면 정말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2019. 한글날에 池正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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