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나눔] 이미진 주주통신원

선생님! 성유보 선생님...

오늘 이렇게 기어이 가시는군요. 이즈음 선생님의 수척해진 모습을 뵈올 때마다 이 자리 생각만은 도리질 쳤었는데 이리되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하셔야 할 일이 해일처럼 부풀어만 가는 오늘인데 어찌 그리 바삐 가십니까! 참으로 섭섭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제 잠시 휑한 마음 가누며 선생님의 삶을 되돌아봅니다. 한 삶을 오롯이 민주주의와 참언론과 통일을 위한 제단의 희생으로 던져놓고 떠나시는 뒷모습을 뵈오니, 지조 높은 선비의 삶 그대로이시군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선생님이 세상을 대하셨던 태도를 바라보건대 마치 빚을 진 사람처럼 낮아지고 굽히시며 살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빼앗긴 사람, 억눌린 사람들 가운데 그나마 당신은 그래도 숨 돌릴 형편은 되지 않는가 하고 스스로를 그리 여겼을 테니까요. 이를 어찌 아냐고요. 우리는 늘 보아왔습니다. 그 뜨거운 싸움과 화려한 자리의 이력이 찬란함에도 바늘 끝만큼도 내비치지 않으시던 인품 말입니다. 오히려 언제나 곁을 열어놓고 오는 사람 걱정하시던 이룰태림 성유보 선생님!

하마 그리움이 천길만길입니다. 이 자리 비록 몸은 가시지만 얼은 떠나지 않습니다.

여기 모인 모두의 가슴에 모실 터이니 그 뜻을 우리와 함께 펼쳐주십시오! 아직도 갈 길이 아득한데 성유보, 이룰태림 선생님을 보내는 이 자리가 슬픔으로 저려옵니다.

선생님이 한겨레 마지막 기고 글에서 남겨주신 '시민이 주어가 되는 세상'을 꼭 만들겠습니다. 묻혀 들어내지 못하는 사람의 짧은 말로 황망한 인사를 올려야함을 너그러이 여기소서.

부디 편안히 쉬십시오!
이룰태림 성유보 선생님!

 

이미진  lmijin0477@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