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을 벗어나 실로 근 30여년 만에 다시 경기도민이 되었다. 서울 송파구의 끝자락 마천동에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청역 근처 조촐한 아파트로 아내의 뜻에 따라(?) 거주지를 옮긴 것이다.

오늘은 어느 정도 이삿짐 정리가 끝나서 점심 식사후 오후에 풍덕천변을 따라 광교산 쪽으로 걷기운동 삼아 거닐어 보았다. 20분쯤 걸으니 천변 바깥 상가건물에 여러 식당 간판이 보여서, 나중에 찾아올 요량으로 천변 출입계단을 통해 올라가 살펴보았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좀 지난 시간인지 몰라도 밖에서 보이는 식당 안에는 손님이라곤 한명도 없고, 종업원인지 주인인지 모를 사람이 문밖에서 수심어린 표정으로 담배를 뻑뻑 빨고 있었다. (사실 나는 저녁에 돼지족발에 맥주 한잔 생각이 나서, 카카오 맵에 검색된 족발집 식당을 찾아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족발집이 보이지 않아, 마침 짜장면을 배달하러 나온 분에게 족발집 위치를 물었다. 그는 지금 배달 나온 중화요리집이 이전에 족발집이었다고 솔직히 말해주었다.
아, 나는 그곳 식당이 즐비한 상가 건물에서 요즘의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의 근황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 지금은 '코로나19'라는 직격탄이 대한민국 곳곳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매출 이익은커녕 현상유지에도 급급한 반년 이상 길어진 경제불황의 그늘이 이렇게 짙게 드리워진 것이다.
나는 길을 돌아 나오면서 아까 음식 배달하러 나가다가 나에게 족발집 사정을 알려준 배달하시는 분의 반쯤 체념한 듯한 얼굴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 전철 노약자석                         사진 : 최성수 통신원

'언젠가는 좋은날 오겠지' 생각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저분들에게 자그마한 희망이나마 잃지 않게 하려면, 최소한 3~4일에 한번 정도는 거주지 인근의 어려워진 점포를 찾아 음식을 시켜 주문하고 잘먹고 나오면서 "이 파세요" 하고 덕담이라도 해주면 그나마 없던 기운이라도 잠시 나게 될거야... 이렇게 마음속에서나마 이웃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어졌다.

불가(佛家)에서는 ‘무재칠시(無財七施)’라고 하여 재산이 없더라도 중생들이 속세에서 할 수 있는 보시(布施)로 7가지를 말했는데, 첫째는 화안시(和顔施 : 얼굴에 화색을 띠고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남을 대하는 것), 둘째는 언시(言施 : 말로써 친절하게 베풂), 셋째는 심시(心施 : 마음의 문을 열고 따뜻한 마음을 주는 것), 넷째는 안시(眼施 : 호의를 담은 눈으로 사람을 보는 것), 다섯째는 신시(身施) : 몸으로 때우는 것으로, 남의 짐을 들어준다거나 벅찬 일을 돕는 것), 여섯째는 좌시(座施 ; 때와 장소에 맞게 자리를 내주어 양보하는 것), 일곱째는 찰시(察施 : 굳이 묻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알아서 도와주는 것)를 뜻한다고 한다.

이제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나마 아주 작은 언시(言施)나 화안시‘(和顔施)라도 해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위축된 분들의 힘들어진 현실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게 된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허익배 주주통신원  21hip@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