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는 아주 민감한 문제라서 몇 번을 망설이다가 글을 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어쩌면 이 용어를 처음 들어 알던 때부터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아,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내 의견을 이야기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모든 사람들이 내말이 옳다 하는 데도 여전히 용어는 바뀌지 않고 있다. 바로 '위안부'라는 용어이다.

이 용어가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제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시아 연대회의 때부터라고 한다. 그 이전까지 사용되던 위안부라는 말에 강제적·부정적 의미를 환기시키는 작은 따옴표를 붙여서 한국어로는 일본군 '위안부'로 쓰고 영어로는 'Military Sexual Slavery by Japan(일본군 성노예)'로 쓰기로 결의했다 한다. 그런데 이전에 쓰던 위안부라는 용어와, 작은 따옴표가 들어간 일본군 '위안부'라는 용어에서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누가 봐도 영어식 표현인 'Military Sexual Slavery by Japan(일본군 성노예)'가 명확한 표현 방식이며 정확한 용어로 느껴진다.

그 후, 1998년 유엔 인권 소위원회 특별 보고관의 보고에서 '일본군 성노예(Japanese Military Sexual Slavery)'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는 국제적인 용어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종군위안부'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여 '자발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이는 일본 극우세력들의 공식 표현이기도 하다. (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는 일본군 '위안부'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 한겨레 자료사진

우리 큰 아이가 수요집회에 참석하곤 하던 고등학생 때에 이 용어에 대해서 논쟁한 적이 있다. 할머니들께서 원하는 용어란다. 지난 동학농민혁명기념 신만민공동회 때에, 정·대·협 관계자에게도 같은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그 때에도 역시 할머니들께서 원하시기 때문에 이 용어를 사용한다고 했다. 나는 정말로 할머니들께서 일본군 '위안부'라는 용어를 원하셨을지 궁금하다. 솔직히 한때 '일본 우익의 자금 지원으로 교묘하게 용어 물타기를 하는 간계에 놀아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었다. 일본 우익들이 소위 '일본장학생'으로 키우고 있는 '무늬만 한국인'들이 하도 많다기에 별생각을 다 해봤다.

'위안부' , '종군위안부' , '일본군 위안부' , 일본군 '위안부' 등 도대체 어느 것이 일본 우익들이 쓰는 용어이고, 어느 것이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쓰이는 용어인지 구분이 안된다. 하물며 역사에 관심이 적은 사람들이나 젊은이들이 따로 공부하지 않는 한 어떻게 구분할 것이며, 과연 그 시대에 어떤 수모와 반인권적인 치욕을 당했는지, 일본군의 짐승같은 만행을 저질렀는지 어떻게 기억하겠는가? 앞으로 30년 50년 후에 제2의 김구라나, 제2의 이승연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이러한 용어를 영어로 번역해 나오는 영자신문에서 'Comfort Women' 으로 번역되어 나간다는 것이다. 도대체 'Comfort Women'이라는 용어를 보고 누가 일본군의 만행을 떠올리겠는가? 누가 강제로 끌려간 우리의 딸들을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인가? 이 용어에는 강제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
 

▲ 한겨레 자료사진: 제3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인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전국여성연대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여성행동’ 참가자들이 세계연대집회를 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생각은 말로써 구체화되고 이름으로 명확해진다. 이름과 용어는 그 본질을 나타낸다. 마흔 몇 분이 겨우 남으셔서 역사의 증인들이 다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 일본 정부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그 분들이 다 돌아가시면 이름만 남을 것이다. 아마도 그이름마저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손자들 중에서 자발적인 'Comfort Women'으로 기억하고 우리 스스로 왜곡하며 서서히 그 존재를 잊어갈 수도 있다. 그 때에 우리말로도 구분이 어려운 용어를 일본 우익의 용어와 구분이 안되는 이름으로 후세에 과외공부라도 시키려는가?

현재 쓰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라는 용어는 '일본군 성노예(Japanese Military Sexual Slavery)'로 바뀌어야만 한다. 할머니들께 다시 물어봐야 한다. 정말로 후세에게 어떤 울림을 남겨주고 싶은지를. 그것이 대한의 딸들이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이다.

편집 : 김유경 편집위원

김진표 주주통신원  jpkim.internation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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