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최홍욱 주주통신원

어제(3일) 늦은 오후 서울 나들이 길에 올랐습니다. 갑작스런 일이 아니라 몇 달 전부터 예정됐던 일이지만, 게으른 성격으로 숙소가 정해지지 않은 채 올라오게 됐습니다. 서울에 사는 가족 집에 쳐들어가면 되겠지만, 밤늦게 열리는 동대문시장을 둘러보고 싶은 욕심과 간만에 아내와 나들이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 무리해서 외박을 선택했습니다.

전주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는 길에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황금연휴에다 주말, 그리고 축제까지 겹쳐 빈방이 없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결국 아내가 나섰습니다.

아내가 영어로 된 사이트에서 검색하니, 신기하게도 금방 빈방이 나왔습니다.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한국어 검색, 그리고 숙박 관련 검색어를 사용해 검색했는데 없던 사이트가 툭 나오는 겁니다.

신기한 마음에 분석 아닌 분석을 해봤습니다. 제가 검색한 방법의 문제점, 그리고 왜곡된 우리나라 검색시장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제가 사용한 검색어는 다양했습니다.

먼저 '숙박', '서울 숙박', '코엑스 숙박', '숙박 예약' 등등 사용한 사이트는 다음이었습니다.

먼저 이 단어를 치면 블로그에 소개된 리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링크된 해당 업소 페이지로 이동이 가능했지만, 방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이 불가능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약을 위해서는 글을 남겨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당일 예약해야 하는 상황에서 맘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또 함께 검색된 소셜 쇼핑을 보면 가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호텔이 대부분이라 1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내는 쉽게 찾아냈을까요? 조심스럽게 추측해봤습니다.

아내는 주로 영어를 사용해 구글에서 검색을 합니다. 검색어를 보니 '코엑스 근처 숙소'(물론 영어)였습니다. 사이트 홍보가 될까 싶어 업체명을 이야기하진 않겠지만, 신기하게도 사이트에는 코엑스까지의 정확한 거리와 현재 비어있는 방수, 가격 등이 상세하게 정리됐습니다.

너무 신기해 저도 검색해 들어가 봤습니다. 또 한 번 놀란 것은 '한국어' 사이트도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열심히 검색했던 '다음'에서도 정확하게 사이트 명칭을 치면 안내되는 사이트였습니다. 분류도 호텔, 숙박 등으로 검색했던 영역이더군요.

역시 추론해 봤습니다. 아무래도 해당사이트가 스폰서링크 등 돈을 내고 검색상위노출을 사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돈을 내더라도 많은 돈을 주고 상위권 등록을 안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나름 인터넷 검색을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우물안 개구리였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인터넷 포털(검색)에 이미 길들여져 상업적인 검색 결과를 신봉하고 있었습니다. 편리한 방법을 놔둔 채 말입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또 배웠습니다. 저의 무지함과 우리나라 포털의 상업성. 너무 과장된 결과일지 모르지만 이번 일을 통해 저는 이렇게 느꼈습니다.

아참, 아내의 검색방법을 사용한 결과를 말씀 안 드렸군요. 여러 이유로 빈방이 없다는 숙박전쟁 중임에도 성인 2명을 6만원에 예약했습니다. 아주 싼 것은 아니지만, 나름 괜찮은 결과인 것 같습니다.

최홍욱  ico@chon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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