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운 단풍 잎 1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나는 그 한 해를 무척이나 바쁘게 그리고 신나게 보냈었다.

동료 직원 중에서 분재에 미치다시피 한 동료가 있어서 함께 분재에 대한 것을 배우게 되어 시간만 나면 학교 부근이나 이웃의 산을 돌아다녔다. 군작전상 고목들은 방해가 되어 해마나 잘라내는데 이 나무를 잘라 만들어진 뿌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 고운 단풍 2

이런 나무는 뿌리 부근은 몇 십년이 되고 윗부분은 1,2년생의 아주 여린 가지만이 남았기 때문에 분잿감으로는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는 나무들이다. 그래서 우린 그런 곳을 찾아가서 이런 나무를 파내면 군인들도 좋아한다. 해마다 잘라야 하고 어떤 때는 매월 잘라주어야 할 만큼 잘 자라는 나무들을 우리가 뿌리째 파버리면 다시는 손을 댈 필요가 없기 때문에 반가운 것이다.

이 물푸레 나무는 그렇게 분재의 기초를 배우면서 분재를 만들었던 나무다. 뿌리가 어찌나 크던지 이 물푸레나무 뿌리 하나만을 짊어지고도 끙끙대고 가져와야할 만큼 무거운 것이었다.

그 나무가 우리 집에 온지 27년째다. 그런 나무가 작은 화분 속에서 커다랗고 시원스런 잎들을 고운 단풍으로 물들여 주었다.

▲ 고운 단풍 3

물푸레나무의 단풍은 멀리서 보면 무척 아름답지만 쉽게 갈색으로 변해버리는 종류이다. 그러나 한창 생기 고울 때는 단풍잎에 지지않을 만큼 고운 자태를 자랑한다. 더구나 시원스럽고 큰 잎의 고운색은 다른 단풍보다 더 밝게 빛나는 것이 특색이다.

고운 단풍을 그냥 보낼 수 없어서 매년 사진을 찍어 보았는데, 올해는 유난히 고운 색이 찍혔다. 옥상의 방수제의 색상과 너무 대조적인 색상이어서 더욱 빛나 보이는가 보다.

고운 색상과 널찍널찍한 잎들의 모습이 너무 멋져 보여 자랑해본다.

김선태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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