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철학가이기도 한 류시화 시인이 이런 멋진 말을 했습니다.

- 끝까지 방황만 하다가 회색빛 하늘 아래서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

 

이 문구는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찌르는 구석이 있습니다.

회색빛 하늘아래에서의 죽음도 그렇거니와 방황이란 것도 그렇습니다.

여기서 방황은 청소년기에 겪었던 질풍노도의 시대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방황은 사오십 대에 겪을 수도 있고 육칠십 대에 이르러서도 겪을 수 있습니다.

예기치 않은 사고나 순간적인 판단착오로 인해 곤경에 빠졌을 때,

부부관계의 갈등이나 소속 집단에서의 불협화음을 겪을 때

일시적이나마 정신적으로 혹은 정서적으로 방황을 할 수 있습니다.

 

회색빛 하늘아래에서의 죽음은 더욱 마음을 처연하게 합니다.

어떻게 살든 결국 회색빛 하늘아래서 죽을 수밖에 없는가?

왜 하필이면 맑고 푸른 하늘이 아니라 회색빛 하늘에서 죽어야 할까?

생각해보니 인생에는 기쁨과 즐거움보다 슬픔과 고통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정치와 사회 현실을 봐도 이상적인 인간 사회와는 거리가 멀게 보입니다.

그래서 잿빛 하늘이고 회색빛 하늘입니다.

그런 하늘아래에서 살다가 그런 하늘 아래에서 죽는다는 것을 상기시켜줍니다.

 

시인은 이렇게 인생의 의미를 정리하며 우리를 일깨워 줍니다.

- 삶은 여행이다. 내면의 여행이다. 삶이 여행이라는 사실을 잊을 때

우리는 스스로 환상을 만들고 그것에 집착한다. -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심창식  cshim777@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