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전국 한겨레주주통신원 총회를 마치고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난  황선주 원장(81)의 얼굴은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아마도 20여 명에 이르는 한겨레 주주통신원들과의 대면으로 인한 것이리라. 20여 년 전 자신의 병원 건물을 한겨레에 기증했던 황원장의 일성은 전혀 예기치 않은 각도로 주주통신원들의 마음을 예리하게 찌른다.

"내가 사람이 모자라서 모자란 짓을 했다. 그런데 내가 보니 여러분들은 나보다도 더 모자라 보인다"

그 분의 '모자람'이라는 표현은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올라갔던 당시 히딩크 감독의 "아직도 나는 배가 고프다"와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졌다.

[관련 동영상 보기] http://youtu.be/w1eOAF8R-K0

▲ 군산 YMCA 청소년 수련관 앞에서. 황선주 원장(왼쪽)과 박성득 전 한겨레 이사(오른쪽)

황선주 원장은 1935년 생으로 군산에서 산부인과 원장을 하며 평생을 보냈다. 그러나 군산의 의학계에서 그는 일종의 '왕따'를 스스로 자처하며 지냈다. 의사들의 잘난'체' 하는 모습에 염증을 느껴 그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소탈한 성품으로 검소한 생활이 몸이 익은 분이었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황원장이 병원 건물을 한겨레에 기증하게 된 계기는 이러했다. 황원장은 김태홍 전 기자협회장(한겨레 전 이사)과 박성득(당시 한겨레 기획실장)과 어울려 지내며 가끔 산행도 함께 하고 설렁탕집이나 곰탕집에서 술도 한잔 하곤 하였다.

어느 날 술자리 화제가 한국의 정신문화에 대한 것이었는데 황원장은 군산의 문화가 발달하지 못했음을 늘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토로했다. 1990년대 당시 한겨레신문사에서는 정신문화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던 시기라 박성득 당시 한겨레 기획실장은 한겨레에서 군산 문화에 기여할 방안을 찾아보자 했고 그에 고무된 황원장은 한겨레에 병원 건물을 기증하여 군산에 정신문화가 꽃피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한겨레 창간 주주이기도 한 그의 애국애민은 이렇게 애향의식으로 표출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증이후의 일은 황원장의 뜻대로 되지만은 않았다. 기증한 건물에 한겨레 문화센터를 세웠으나 그 지역이 구도심으로 편입되고 지역 주민들의 관심에도 멀어져서 군산의 문화발달에 그닥 기여도 못하고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군산 YMCA와 한겨레가 새로이 MOU를 맺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청소년 문화센터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소록도 옆 거금도가 고향인 황원장은 거금도의 5만 평 유자나무숲을 개방하여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모색하며 한겨레 주주들의 탐방을 기대하고 있다. 황선주 원장의 꿈은 이렇게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민족과 한겨레를 향한 그 모자람의 갈망이 채워지기를 바라는 염원은 아직도 간절한 듯하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영상 촬영: 이동구 에디터

심창식 주주통신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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