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일 미국 대통령선거일 저녁 서울에서 그에 관해 강연하면서 트럼프가 무슨 수를 쓰든 백악관을 지킬 것 같고 그게 한반도 평화에 좋겠다고 큰소리쳤습니다. 어제 오후부터 CNN, FOX News,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을 번갈아 들락거리고 있는데, 트럼프가 우편투표에 시비 걸어 하원이나 대법원에서 선택받으리라는 도박 같은 예상은 빗나가는 것 같고, 부도덕한 후보가 재선되면 좋겠다는 염치없는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16년 대선 앞두고부터 수십 번 강연과 글을 통해 트럼프 당선과 고립주의 대외정책을 선호해왔고, 아래 코로나와 세계정세 변화글에서도 거듭 주장했기에 요즘 강연을 통해 받은 질문이나 비판과 관련해 몇 가지 덧붙입니다.

1980년대 말 텍사스에서 공부할 때 멕시코 소설가 출신 외교관 카를로스 푸엔테스 (Carlos Fuentes) 강연을 들었는데, 미국 정치에 관해 문학가다운 재밌는 표현을 쓰더군요. “미국이 안으로는 민주주의지만 밖으로는 제국주의다. 안에서는 지킬 박사인데 밖에서는 하이드씨다.”

트럼프는 거칠게 미국 안에서 민주주의를 짓밟고 밖에서 제국주의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성차별, 종교차별, 인종차별을 일삼는 개망나니 같아도, 수천수만 무고한 사람이 개죽음 당하는 전쟁은 단 한 번이라도 덜 할 사람이라며 그를 선호해온 가장 큰 이유입니다. 제 가족과 친척을 포함해 한인동포를 비롯한 미국 내 소수민족들에겐 불행이요 재앙이겠지만 말이죠.

트럼프가 20192월 하노이회담을 결렬시킨 걸 비판하며 그를 믿을 수 없다는 분들이 여전히 많더군요. 트럼프는 바로 그때 상원에서 열리고 있던 그의 전 변호사 청문회보다 주목받을 수 있는 뉴스거리를 만들기 위해서였으리라 생각합니다. 북미회담이 진행될 때 미국 언론은 거의 보도조차 하지 않고 청문회 중계에만 열을 올렸거든요. 김정은과의 협상에서 조금 더 크게 양보 받으려는 미치광이 협상술을 발휘한 것이기도 하고요.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해 비난하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이는 2016년 그의 10대 대선공약과 관련 있으며 이 역시 미치광이 협상술의 일환이겠지요. 우리는 주한미군이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기 위한 것보다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것이니 미국이 전적으로 유지비 부담하든지 철수하라며 협상하면 되지 않을까요? 만에 하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력충돌 빚어지면 주한미군 때문에 평택이나 성주가 가장 먼저 중국 미사일 맞을 가능성도 유념하면서요.

가능성은 낮고 부도덕하지만 트럼프가 억지 부려서라도 백악관에 남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즉각 북한과 협상을 재개해 그의 큰 꿈인 노벨평화상을 노리며 70년 묵은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과 북미수교까지 이루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염치없는 기대이긴 합니다. 

바이든은 민주주의를 회복하며 점잖게 제국주의를 유지.강화할 정치인입니다. 미국에서 총기 사고가 아무리 빈번하게 일어나도 워싱턴 정치인들이 총기협회의 로비.영향력 때문에 총기 규제를 못하듯, 바이든을 포함한 기성 정치인들은 군산복합체의 로비.영향력 때문에 군사동맹을 중시하며 무기수출과 전쟁을 포기하지 못하겠지요. 트럼프보다 그를 덜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strategic patience)’ 정책이 재현되리라고 우려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바마는 북미수교까지 얘기하며 북한과 협상하려 했지만, 이명박이 북한 붕괴를 추구하며 협상을 막았던 것이니까요.

바이든이 집권하면 우선 트럼프가 저질러놓은 잘못과 혼란 수습하며 질서 바로잡고 안정 취하는데 적어도 반년이나 1년 걸리리라 예상합니다. 아무리 빨라도 2021년 후반에나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수 있을 텐데 그 무렵엔 한국의 대선 정국이 시작될테니 문재인 정부가 협상을 중재하거나 주도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더구나 바이든이 트럼프와 달리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협상을 하게되면 안정적이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테고요. 2022년 한국 대선에서 문재인의 대북정책을 이어갈 후보가 당선되면 북미협상이 좀 늦어져도 괜찮겠지만, 이명박-박근혜처럼 대북 적대정책을 펼칠 후보가 당선된다면 한반도 평화는 멀어지겠지요.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남한 지도자의 철학과 정책 그리고 소신과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북한에 호전적이던 클린턴과 아들 부쉬를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설득했던 김대중과, 북한과 협상하려던 오바마를 한사코 만류했던 이명박을 비교해보면  그를 통해 분명한 역사적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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