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둘레길 '천아 오름 숲길'을 걷다
11월 5일 밀양에서 온 배수철 선생과 함께 한라산 둘레길 7코스 중 하나인 천아 오름길을 걸었다. 내 고향 제주도 서귀포시에 살고 있는 창희 친구가 우리 두 사람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길을 안내해 주었기 때문에 아주 쉽게 한라산 둘레길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 1100 도로를 뜸하게 다니는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해서 천아 오름 둘레길은 하루 코스가 되었을 것을 오전 중에 끝낼 수 있어서 오후에는 차귀도 쪽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이번 제주 여행길에서는 고향 친구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 그 친구가 1주일 전 천아 오름 계곡에서 찍은 단풍 사진을 카톡에 올린 것을 보고 이 가을이 가기 전에 한 번 찾아야겠다고 마음먹고 그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 서귀포 시내에서 제주 1100 도로를 이용하여 어리목 등산로 입구를 좀 더 지나다 보면 천아 오름 쪽으로 들어가는 한라산 둘레길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천아 오름 수원지가 있는 곳부터 본격적으로 트레킹이 시작되는데, 그곳까지 거리는 2.2km로써 차들이 겨우 왕복할 수 있는 좁은 길인데, 천아 오름 수원지까지 길가에는 승용차들이 많이 주차를 하고 있어서 통행이 혼잡하였다. 하지만 그날 친구가 아침 일찍 우리를 태우고 데려다주어 천아 오름 수원지까지 쉽게 갈 수 있었다. 고향 친구는 우리를 내려주고 천아 오름 계곡 주변 산책을 하면서 자연탐방을 하다가 배 선생과 내가 천아 오름 둘레길을 다 걷고 보림 농장 삼거리를 지나 다시 1100 도로와 만나는 곳에서 우리를 태워주어 쉽게 교통편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한라산 둘레길’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한라산 둘레길’은 해발 600m~800m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한라산 국유림을 둘러싸고 있는 80km에 이르는 길이다. 원래는 일제강점기 때 병참로로 개발이 되어 임도, 표고버섯 재배 운송로로 쓰이던 곳이다. 무오법정사, 시오름, 수악교, 이승악, 사려니 오름, 물찻 오름, 비자림로, 거린사슴, 돌오름, 천아 수원지 등을 연결하는 길이다.
천아숲길; 천아 수원지 – 보림 농장 삼거리(8.7km)
돌오름길; 보림 농장 삼거리 – 거린사슴 오름 입구(8km)
동백길; 무오법정사 – 돈내코 탐방로(11.3km)
수악길; 돈내코 탐방로 – 사려니 오름(16.7km)
사려니숲길; 사려니 숲길 입구 – 사려니 오름(16km)
산린휴양길; 서귀포 자연휴양림 입구 – 무오법정사 입구(2.3km)
절물(조릿대)길; 사려니 숲길 입구 – 절물자연휴양림 입구(3km)
천아 계곡의 단풍은 이미 많이 떨어지거나 낙엽이 지기 위하여 진홍색의 단풍들은 많이 퇴색되어 있었다. 1주일만 일찍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천아 계곡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곳은 경사가 급해 오르는데 좀 힘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 고개만 넘어서면 육지에는 적송이 있지만 제주도 중산간에는 줄기가 누런 황송들이 자생한다. 그런 소나무들이 우거진 길, 사람들이 일부러 조성해 놓은 삼나무 숲길, 한라산 둘레길 주변에 가장 흔하게 자라는 서어나무, 그 서어나무 밑에 자생하는 상록수인 굴거리나무 등의 숲길을 지나는 아주 호젓한 길이었다. 그런 서어나무 사이사이에 지지 않은 단풍나무들의 단풍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곤 했다. 요즘 한라산 중턱부터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나무 숲 밑은 한라조릿대가 거의 다 점령해버려 다른 식물들이 자라기가 어렵다. 한라산의 식생을 단순화하고 나무가 자라는 것도 방해하는 생태계 교란 식물이 되어버린 조릿대를 제주도 등은 제거 방안에 대하여 고심하면서 연구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그 조릿대들이 이곳 천아 오름 둘레길에서도 나무숲의 하층부를 다 뒤덮고 있었다.
한라산에는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산이나 도로가 빗물에 많이 깎여 내려간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비탈진 곳에는 제주도에 흔한 현무암 돌들을 깔아놓아 걷기가 불편한 곳들이 더러 있지만 나머지 길들은 흙길 또는 나무 데크, 야자매트 등이 일부 깔려있어서 걷기에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천아 수원지에서 시작하여 보름 농장을 거쳐 1100 도로까지 가는데 3시간가량 걸렸다.
고향 친구는 천아 오름 계곡 주변에서 멀꿀 열매 익은 것을 따와서 먹어보라고 주었다. 어릴 적에 먹어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단 것이 귀한 시절이라 맛있게 먹었던 것 같은데, 달착지근하지만 속에 까만 씨가 너무 많아 먹기가 불편하였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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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도 그렇고 산세도 실증나지 않습니다. 어느 산이나 아무리 여러번 가도 항상 좋은 느낌!
올레길만 있지 않고 둘레길도 있다는 제주가 고향인 김광철 통신원의 글 공유합니다.
나무도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건강하게 잘 자라듯 우리 인간도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조용히 살라는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우울한 코로나 소식에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