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한겨레>에서 요샛말로 신박한 기업인을 인터뷰한 기사를 보았다.

<한겨레> 곽정수 논설위원은 지난 20일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년 봄에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민이 마스크 없이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다.”

“코로나 치료제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것은 좋지 않다. 국내는 원가(개발비 포함) 수준에서 싸게 공급하고, 해외에는 경쟁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계획이다”

기업이 국가 정책(북한에 대한 치료제와 백신 지원)에 협조하는 것이 도리이며 한국이 내년 봄 ‘코로나 청정국’이 된 이후에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에 대한 치료제 지원에 적극 협조하겠다. 북한 지원을 위해 필요하다면 방북을 할 수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셀트리온스킨큐어 회장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사진출처 : 2020.11.25 한겨레신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셀트리온스킨큐어 회장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사진출처 : 2020.11.25 한겨레신문)

관련기사 : [단독] “치료제 내년 초 시판…한국이 세계 첫 ‘코로나 청정국’ 될 것”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71363.html


코로나 치료제를 공공재로 생각한단다. 우리 국민에게는 이익을 남기지 않고 원가로 공급하겠단다. 기업이 국가 정책에 협조하는 것이 도리란다. 북한 지원을 위해 필요하다면 방북을 하겠단다. 

마치 좌파 포퓰리즘 정치인이 한 말 같다. 시민단체에서 이렇게 해달라고 요구한 말 같다. 누군가 문제 삼을 수 있는 이 말을 60조 규모 회사 대표이자 한국에서 1등 주식부자인 사람이 했다니 믿기질 않는다. 자본의 탐욕에 치를 떠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발언이다. 99개를 가진 자본은 노동자의 몫 1도 뺏으려고 하는 것이 자본의 속성이라 하지 않았던가? 신자본주의로 대표되는 대기업 대표의 말이라고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간 우리는 비자금을 조성하여 00장학생을 육성하고 잘못을 반성한다면서 8,000억원의 사회기금을 내겠다고 말만 하곤 사망한 대기업의 총수를 알고 있다. 상속세를 내지 않기 위해 온갖 꼼수를 피우다 뇌물죄까지 저지른 대기업 총수를 알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벌금을 내면서까지 노동자는 채용하고 있지 않는 대기업 총수를 알고 있다.  툭하면 터져나오는 그룹 총수 일가의 횡령·배임 사건은 '더러운 자본'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쓴 채 국민들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런데 이 사람은 뭔가 다르다. 투박한 뚝배기 같은 모습의 서정진 회장은 마지막으로 박찬수 논설위원이 묻는 질문' 기업가정신은 무엇인가?'에 이렇게 말한다. 

 “내가 추구하는 길은 계속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진정한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진보, 발전하는 것이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해서 회사, 직원, 주주,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하려고 한다. 비즈니스는 수치(실적)보다 명분이 중요하다. 명분을 좇다 보면 이익이 자연히 따라오지만, 수치를 좇다 보면 고객과 사업파트너를 잃는다.”

회사, 직원, 주주,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하려고 한단다. 회사와 주주에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는 누구나 한다. 나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는 하기 어렵다. 내 것을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하도 의외여서 잘 믿기지 않지만 그가 살아온 세월을 보면 믿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 장사를 돕느라 고등학교 진학이 늦었을 정도로 어렵게 자랐다. 그런 그가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찾아 진보한다면...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잊지 않는다면... 세상은 보다 공평해지고 따뜻해질 것이다. 

그가 진짜로 멋진 기업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편집 : 안지애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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