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시감상> 연재에 부쳐 ~  :  요즘과 같이 코로나19로 인해  엄혹한  겨울 초입의  스산한  계절에, '집콕'으로 위축된 심신을 명시 감상을 통해  일신해보고자 합니다.   앞으로 몇차례 더 우리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인의 '명시' 중심으로, 제 나름대로의  생각과 느낌을 적어보면서  잃어가는 '시심(詩心)을 회복하여 보려 합니다. (친일 행적으로 논란이 있는 일부 시인의 작품은 제외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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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감상 1> 

                 별 헤는  밤   

                                         - 윤동주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서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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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글

솔직히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엔,  윤동주 이름만 들었지, 시 공부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시절(~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전반)에는  '시' 자체가 사치였던 스산한 때였으니까...
대학교 때에도 '유신정권 타도'를 외치며 교내에서 데모하는 선배들과 돌멩이와 최루탄으로 휴교와 개교를 반복하다가, 3학년 마치고  군대에 가서 저 충북 증평읍 근처 37사단에서 27개월 병역(~교련 혜택 6개월 공제) 마치고 복학하고 했지만, 위의 시에는 별로 관심도 없이 데면데면 지냈다.

그러다가 졸업하자마자 교직 발령을 김포공항이 지척인 서울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공항중학교에 받고나서, 국어교사로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때부터 국어책에 있는 윤동주 시를 가르치고 읽으며 자연스럽게,   '서시', '자화상', '참회록', '별헤는 밤'을 접하며 윤동주 시인의 삶을 흠모하게 되었나보다.
(너무 삼천포로 빠졌다.~^^)

위의 시  '별헤는 밤' 에서
내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아래의  발췌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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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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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위의  구절들은  윤동주가 이미 이 시를 쓸 즈음에, 벌써 우리 주위에서 가장 여리고 약해서 가장 상처받기 쉬운 존재들에 대한 윤동주 시인의  관심과 시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면 이 부분에 등장하는 시어는,
1. 아이들, 2. 외국인, 3. 소녀, 4. 미혼모, 5. 빈민,  6. 초식동물이나 여린 가축(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 7. (비주류)시인
의 7개로 분류되는데,  모두에게 해당될 공통점 한가지는 '아웃사이더'  우리말로 하면, '밀려난 존재' 정도가 될 것 같다.
한마디로 "권력의 중심에서 비껴난 존재"로 정의 하고 싶다. 
~윤동주는, 그 어린(?) 나이에 이미 이러한 '아웃사이더'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이들을 저 멀리 떨어진 시공간의 이름없는 별들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붙여주는 따스한 마음의 소유자인 것이다.
우리가  윤동주를 진정 사랑하고 흠모해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fin ~

(아래는 시인 윤동주가 생전에 쓴 시  전부의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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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시(序詩)
2. 자화상
3. 소년
4. 눈 오는 지도
5. 돌아와 보는 밤
6. 병원
7. 새로운 길
8. 간판 없는 거리
9. 태초의 아침
10. 또 태초의 아침
11. 새벽이 올 때까지
12. 무서운 시간
(~후에 김주원 작곡가가 노래로 만들어 팬텀싱어3에서 고영열, 존 노, 김바울, 정민성이 불러 많이 알려졌다고 한다.)
13. 십자가
14. 바람이 불어
15. 슬픈 족속
16. 눈감고 간다
17. 또 다른 고향
18. 길
19. 별 헤는 밤
20. 쉽게 씌어진 시  (~ 현대 국어의 어문 규범으로는 '쉽게 쓰인 시' 또는 '쉽게 써진 시')
21. 참회록
22. 간
23. 황혼이 바다가 되어
24. 봄
25. 오줌싸개 지도

( 이 중에서, 서글픈 고아와  같은 처지의 어린 형제의  모습을  그린  동시 성격의 시  '오줌싸개 지도'를 첨부해본다.)

<오줌싸개 지도>

빨랫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밤에 내 동생
오줌 싸 그린 지도

꿈에 가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 땅 지돈가?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허익배 편집위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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