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명시감상> 네 번째 글 올려봅니다. 변변찮은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보시며, (누구나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지만)세파(世波)에 씻기어 나간 '시를 사랑하는 마음'(=詩心)을 되살리는 마음으로 감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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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긍정적인 밥
                          -함민복-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 출처 :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함민복, 창비,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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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눈물은 왜 짠가?' 의 시인 함민복의 '긍정적인 밥'이란 제목의 시를 감상해보겠습니다.
연에서는, 애써 오랫동안 고심해서 쓴 시 한편 고료를 만 원 받고, 처음엔 너무 박하다 싶어 불평하다가도 ' 아, 그렇지 3만 원이면 쌀이 두 말이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속에 무럭무럭 김이 솟는 뜨끈한 밥이 자리하며 따스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연에서도, 시집 한권이 3천 원이란 것을 알고 처음에는 들인 공력에 비해 너무 헐한 값이다 불평하다가, 그 값이면 국밥이 한 그릇이라는 깨달음(?)에 도달합니다.
그러자, '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 라고 자문해보니,'아직 멀었다'고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불만스러운 마음이 저만치 사라집니다.

마지막 연에서도 내 시집 한권 팔리면 인세로 3백 원이라니 너무 이문이 박하다' 싶다가도, 시장에서 파는 3백 원어치 굵은 소금 한 됫박을 떠올리며, 바닷가 염전에서 땀방울 노동으로 만들어지는 굵은 소금에 생각이 미칩니다. 그러자 불평하던 시인의 마음은 푸른 바다처럼 한없이 넓어지기만 합니다.

이처럼, 시인은 일상에서 가끔씩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불만스런 마음이 들다가도, 곧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불평하는 자신을 다독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시인 자신은 긍정의 힘이고, ' 긍정적 밥심이고 긍정적인 밥이라고 명명(命名)합니다.

(이건, 여담이지만 저는 어쩌다 모임에서 건배 제의를 부탁받으면, " .." 라고 하며 건배제의를 하는데, 그 뜻은 이렇습니다.)
- : 단순,소박하게
- : 무한긍정하며
- : 지금 행복해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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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허익배 주주통신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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