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잘 주무셨죠?
새벽에 일어나 보니 간밤에 눈이 소복이 내려앉았네요.
그러고 보니 올 들어 두 번째 눈이네요.
선생님, 문득 가도(賈島, 777-841)의 "宿鳥池邊樹, 僧推月下門" 생각나네요.
새는 연못가 나무에서 잠들고, 스님은 달빛 아래 문을 미누나!
그래요. 가도의 '推'로 할까 '敲'로 할까 결정치 못하고, 손짓발짓하며 가다가 그만 경조윤(京兆尹) 한유(韓愈, 768- 824)의 수레를 가로 막았을 때, 한유가 가도의 고민 듣고 '敲'자가 났겠네 했다는 옛이야기.
선생님, 그뒤 청나라 때 왕부지(王夫之,1659-1692)는 이 일을 두고 "달빛 아래 스님이 문을 두드린다는 가도의 '僧敲月下門'은 단지 망상으로 억탁한 것일 뿐이니, 마치 다른 사람의 꿈을 말하는 격이다"라고 하면서 "설령 형용이 거의 비슷하다 하더라도 어찌 터럭만큼이라도 마음을 끌어낼 수 있겠는가?" 하고 톡 쏘았습니다.
그래요. '퇴'가 되던 '고'가 되던 따지고 말고 할 필요 없어요.
선생님, 다시 테라스 올라 멀리 강 건너 북한산 바라보면서 흥얼흥얼 했어요.
葉落瘠容, 雪滿頭
勢如天撑, 屹然浮
餘嶺羅立, 兒孩似|
或者中間, 仙鶴遊
잎 떨어져 앙상하고, 눈은 가득 봉우리에 가득한데
산은 마치 하늘을 열고 보는 듯 우뚝 솟아 떠있네.
그 아래 봉우리 아이인양 늘어서 있고,
그 가운데 어떤 봉우리에선 학이 놀고 있구나!
선생님, 오늘도 저 선학(仙鶴)처럼 유유자적(悠悠自適) 하겠습니다.
총총히 이만 줄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20. 12. 18.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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