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다 투옥된 인권운동가, 민주화운동가, 환경운동가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민 편지쓰기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생한  여성 살해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출처 : 하성환)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다 투옥된 인권운동가, 민주화운동가, 환경운동가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민 편지쓰기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생한 여성 살해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출처 : 하성환)

파키스탄은 UN이 분류한 세계 48개 최빈국에 속하진 않는다. 1인당 GDP나 문자해득률에서 최빈국인 아프카니스탄이나 네팔, 미얀마, 캄보디아보다 높다. 그럼에도 서남아시아에 위치한 파키스탄은 빈곤 국가이다. 최빈국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정치적 자유를 향유할 수 없는 국가이다.

이드리스 하다크(IDRIS KHATTAK)는 공직자로서 그런 조국의 현실에 깊이 절망했다. 그는 파키스탄에서 어느 날 강제로 실종돼 사라지는 반정부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을 조사하고 기록했다. 그리고 이를 세계적인 인권운동단체인 앰네스티에 전했다. 그러한 사실을 눈치 챈 파키스탄 정부는 이드리스를 납치해 감금했다.

만일에 이드리스가 기소돼 유죄로 판단될 경우 최소 징역 14년형에 처해지거나 사형까지도 언도 받을 수 있다. 전 세계 앰네스티 회원들이 이드리스의 조건 없는 석방을 촉구하며 파키스탄 정부의 만행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이유이다. 파키스탄 정부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비판이 지속된다면 이드리스는 무사히 석방될 것이다. 반대로 우리의 관심이 희미해지고 이드리스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그는 불의한 권력에 의해 소리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다음으로 콜롬비아 환경운동가 하니 실바(JANI SILVA)의 사연이다. 그녀는 인류의 핏줄이자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을 지키기 위해 무단으로 원유를 유출한 석유회사와 맞서 분투하고 있다. 하니 실바는 아마존 보호구역 거주민들의 인권을 지키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활동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미행과 감시를 당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살해 협박 위협으로 자택에 격리되는 심각한 상태에 처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살해의 위협이 계속되는 속에서도 현실에 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을 외면하고 도망치기보다 불의한 현실에 당당히 마주섰다. 그리곤 오늘의 두려움에 물러서지 않고 맞설 거라고 외쳤다. 우리 전 세계 앰네스티 회원들이 환경운동가 하니 실바를 지켜주어야 한다. 그녀가 불의한 권력에 쓰러져 어느 날 조용히 사라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국제석유자본의 횡포에 맞서 연대의 손길을 보내야 한다.

“하니 실바(JANI SILVA)!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자본의 탐욕 앞에 지치지 않고 쓰러지지 않길 오늘도 기도합니다!”

아프리카 최빈국인 부룬디공화국 인권운동가 저메인 루쿠키(GERMAIN RUKUKI)를 우리는 기억한다. 1인당 GDP(2017년)가 1,00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구상 가장 가난한 국가! 부룬디는 오랜 기간 유럽 제국주의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된 나라로 지구상에서 소말리아 다음으로 가난한 나라이다. 절대 빈곤 국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지극히 불안정하고 부패가 극심한 국가이다.

저메인 루쿠키는 합법적인 시민단체인 <고문철폐를 위한 모임> ‘ACAT 부룬디’에서 활동한 인권운동가이다. 그는 2016년 집으로 쳐들어온 기동대 경찰 수십 명에 체포돼 자택에서 심문을 당했다. 그리고 이어진 재판에서 ‘반란’과 ‘국가안보 위협’ 혐의로 3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3살 된 막내 얼굴을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차가운 감옥에 수감돼 있다. 아내 에멀린은 세 아이의 아버지인 저메인의 석방을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절규했다.

“우리 남편이 이런 불공정한 상황을 얼마나 더 견뎌야 하는 거죠?”

저메인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 앰네스티 회원들이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이다. 우리 전 세계 앰네스티 회원들의 관심과 지지, 연대의 손길로 어둡고 차가운 감옥에 갇혀 4년째 고통 속에 처해있는 저메인을 구출해 낼 것이다.

“저메인 루쿠키(GERMAIN RUKUKI)! 힘을 내요! 우리가 당신을 기억하고 반드시 감옥에서 구해낼 것입니다!!”

미얀마 민주화운동가 파잉 표 민(PAING PHYO MIN)은 시(詩)와 코미디를 결합한 탕야트 공연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교류하는 공연예술가이다. 어느 날 그는 공연을 마친 후 ‘선동죄’로 그리고 ‘명예훼손죄’로 체포돼 6년형을 언도 받았다.

미얀마 군부는 파잉 표 민의 활동을 눈엣가시로 여기다 전격 체포한 것이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예술인으로서 고통을 자처한 파잉 표 민의 용기 있는 행동에 깊은 경의와 찬사를 보낸다. 또한 옥중에서 투쟁하고 있는 그에게 강력한 지지와 연대의 손길을 보낸다.

 

로힝야 난민 모하메드 이삭씨가 2020년 8월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열린 로힝야 집단 학살 3주기 추모 기자회견에서 미얀마어로 쓴 발언문을 낭독하고 있다.(출처 : 한겨레 김혜윤 기자)
로힝야 난민 모하메드 이삭씨가 2020년 8월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열린 로힝야 집단 학살 3주기 추모 기자회견에서 미얀마어로 쓴 발언문을 낭독하고 있다.(출처 : 한겨레 김혜윤 기자)

2017년 미얀마 군부는 로힝야족 6천명을 학살했다. 어린아이, 여성을 가리지 않고 보이는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불태워 구덩이에 파묻었다. 여성들을 강간한 뒤 학살하고 로힝야족 이슬람 남성들 머리를 겨냥해 총을 난사했다. 미얀마 군부가 저지른 로힝야족 학살은 인류역사상 자행한 가장 잔혹한 만행 중 하나였다. 파잉 표 민(PAING PHYO MIN)은 감옥에서 이렇게 외쳤다.

“우리가 감옥에 갇히더라도 우리의 생각과 의견을 계속 외칠 겁니다.”

신자유주의가 칠레 전역을 휩쓸고 지나간 뒤 빈부격차와 사회불평등은 인내 수준을 넘어섰다. 칠레 전 지역에서 불평등에 저항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시위진압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구스타보 가티카(GUSTAVO GATICA)도 2019년 11월 항의시위에 참여했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노골화되면서 칠레의 사회불평등이 극에 이르자 이에 항의하다 실명된 칠레 청년 구스타보(왼쪽)  오른쪽 여성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인권을 위해 분투하다 투옥된 나시마 (출처 : 앰네스티, 하성환) 
신자유주의 정책이 노골화되면서 칠레의 사회불평등이 극에 이르자 이에 항의하다 실명된 칠레 청년 구스타보(왼쪽)  오른쪽 여성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인권을 위해 분투하다 투옥된 나시마 (출처 : 앰네스티, 하성환) 

그러나 경찰의 무자비한 총기사용과 야만적인 진압으로 두 눈을 모두 잃었다. 두 눈에 총알을 맞은 것이다. 칠레 경찰은 총격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물을 대상이 없다며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구스타보를 공격한 경찰과 총기사용을 명령한 경찰책임자 누구도 처벌 받지 않고 있다.

오늘날 칠레 시위대는 구스타보를 의식하며 안대를 끼고 진압경찰을 향해 전진한다. 그리고 구스타보의 이름을 외치며 정의를 촉구하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구스타보는 그런 모습을 보고 이렇게 고백했다.

“사람들을 일깨우기 위해 제 눈을 희생한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이 알아서 선한 방향을 지향하거나 저절로 세상이 좋아진다고 생각지 않는다. 구스타보의 희생이 칠레 민주화에 밑돌을 놓으며 칠레 민주주의를 한 걸음 전진시킨 것이라 믿는다. 젊은 나이에 두 눈을 잃어 비록 앞을 볼 순 없지만 구스타보의 앞날에 축복이 있으리라! 우리는 그렇게 믿는다!

나시마 알 사다(NASSIMA AL SADA)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투쟁한 여성인권운동가이다(출처 : 앰네스티 한국지부, 하성환)
나시마 알 사다(NASSIMA AL SADA)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투쟁한 여성인권운동가이다(출처 : 앰네스티 한국지부, 하성환)

나시마 알 사다(NASSIMA AL SADA)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활동한 여성인권운동가이다. 그녀는 여성이 운전을 하거나 일상 업무에서 남성의 보호 없이 활동할 권리를 촉구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나시마를 체포해 감옥에 가두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나시마와 같이 여성의 초보적인 인권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힌 여성 활동가들이 많다. 나시마는 감옥에서 이렇게 절규했다.

“여성이 성인이 되어 자신의 결정과 인생을 직접 책임 질 수 있는 나이는 왜 정해지지 않나요? 왜 여자의 인생을 책임질 남자가 항상 있어야 하죠?”

우리 전 세계 앰네스티 회원들은 나시마에게 응원과 지지, 그리고 연대의 손길을 보낸다. 불의한 왕정체제에 굴복하지 말고 여성의 초보적인 인권을 위해 계속 투쟁하라고 나시마에게 뜨거운 찬사와 연대의 손길을 보낸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사우디 왕정은 더 이상 존속할 이유가 없다. 적어도 뒤틀리고 위선에 가득 찬 낡은 질서를 여성들에게 강요하지 말라! 전 세계 양심들이 사우디 왕정을 지켜보고 있음을 기억하라! 하루빨리 나시마와 여성인권운동가들을 감옥에서 석방하라! 전 세계에 울리는 정당한 외침은 감옥에 갇힌 나시마와 여성인권운동가들의 가슴에도 뜨겁게 울려 퍼지리라!

​수감된 여성인권운동가 나시마 알 사다(NASSIMA AL SADA)의 석방을 촉구하는 탄원서(출처 : 앰네스티 한국지부, 하성환)​
​수감된 여성인권운동가 나시마 알 사다(NASSIMA AL SADA)의 석방을 촉구하는 탄원서(출처 : 앰네스티 한국지부, 하성환)​

꼬박 2시간에 걸쳐 연대편지와 부패한 정부 수반에게 보내는 탄원서를 작성했다. 이제 2주일이 지나면 전 세계에서 수백 통의 편지가 그 나라에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요구대로 그들 부패한 정권은 세계의 외침에 움찔하리라! 그리고 변하리라!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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