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지낸 시간이 거의 1년이다. 방역 현장에서 헌신하는 의료진, 당국자, 각 기관의 방역 담당자 등의 수고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마스크 쓰기는 밥 먹듯이 자연스럽다. 올가을 무렵까지만 해도 집 밖에 나갈 때 스마트폰을 우선 챙겼다. 지금은 아니다. 가장 먼저 마스크를 쓴다. 일상 행동거지의 큰 변화이다. 방역 단계의 강화 속에서 제약조건이 많은데도, 이렇게나마 사람을 만나고 아직은 일을 하니 다행이다. 그렇다 해도 일자리의 불안, 소득의 불안정성, 생계의 막막함 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어떻게 말하든, 코로나19가 만들어낸 그늘은 광범하고 그 농도가 짙다. 서민에게 드리운 그늘은 유독 진하다. 동네 주변을 거닐면서 본다. 낮에는 거리가 한적하고, 가게는 드나드는 사람이 많지 않아 그 공간이 넓어 보인다. 밤에는 초저녁인데도 문 닫은 가게, 불은 켜졌는데도 휑한 가게가 눈에 많이 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서울시가 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일자리 1만개를 지원할 방침이다. 사진은 서울 명동의 한 상점에 붙은 임시휴업 안내문. 연합뉴스. 한겨레신문, 2020-12-24.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서울시가 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일자리 1만개를 지원할 방침이다. 사진은 서울 명동의 한 상점에 붙은 임시휴업 안내문. 연합뉴스. 한겨레신문, 2020-12-24.

 

의문이 스쳐 간다. 저 가게의 주인은 건물주일까?, 아니면 임차인일까? 임차료는 제대로 감당할까? 여러 달 임차료를 부담하지 못하면 임차보증금에서 공제되고, 나중에는 임차인이 되찾을 임차보증금도 많이 줄어들 텐데 어쩌나? 임대인은 이른바 착한 임대인일까? 임대인이 적어도 6개월 이상 임대료를 낮게 받을까? 그 임대인이 그 건물을 지으면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지 않았을까? 매월 원리금 상환의 부담도 상당히 크겠지? 임대인이 임차인의 사정을 모를 리는 없을 텐데도 임대료를 낮추지 못하는 실제 이유는 바로 그것이겠지?

임대인이 임대료를 낮추려면, 그 전제는 무엇일까? 거칠게 보건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는 금융기관이 임대업자의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전제의 현실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23일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한 식당에서 식당 주인이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따라 포장 판매만 한다고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이 식당은 최근 건물주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분담하겠다며 임대료를 당분간 받지 않기로 하자 감사의 글이 적힌 대형 현수막을 내걸어 화제가 됐다. 연합뉴스. 한겨레신문,  2020-12-24.
지난 23일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한 식당에서 식당 주인이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따라 포장 판매만 한다고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이 식당은 최근 건물주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분담하겠다며 임대료를 당분간 받지 않기로 하자 감사의 글이 적힌 대형 현수막을 내걸어 화제가 됐다. 연합뉴스. 한겨레신문, 2020-12-24.

 

코로나19로 피해를 당한 모든 소상공인에게 정부가 설 전에 지급하려고 추진 중인 ‘3차 긴금 재난지원금에 포함된 소상공인의 임차료는 최종적으로 누구의 호주머니로 들어갈까? 그런 형태의 지원금의 1차 정착지는 임차인, 2차 정착지는 임대인, 3차 정착지는 금융기관이다. 긴급 재난지원금이 임차인과 임대인의 상생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도, 그 지원금을 마지막 단계에서 챙기는 자가 금융기관이겠다는 추론이 가능하여 유쾌하지만은 않다.

우리나라 주요 금융기관의 외국인 지분은 높은 수준이다. 예컨대, 올해 17일 기준,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72%를 넘었다. 주주 구성으로 보면 외국인의 은행이다. 결코 우리 국민의 은행이 아니다.

그렇다면, 몇 단계 경로를 거쳐 우리나라 소재 금융기관에 귀착한 소상공인 임차료 지원금은 한 번 더 다른 손으로 넘어간다. 그 손이 바로 외국 금융자본일까? 그럴 여지가 적지 않아 보인다. 자칫 잘못하다간 우리 국민과 정부가 외국 금융자본의 이익 창출에 대한 최후 보증자로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지 않도록 어떤 방안을 강구해야 할까?  이런 문제의식은 값지다. 어쨌든 긴급재난지원금의 최종 귀착지는 국내여야 한다. 그 지원금의 원천은 우리나라이니까.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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