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처럼
- 권말선
억센 제주 바닷바람
고스란히 다 맞으며
펄럭펄럭 나부끼는 저것은
깃발의 함성도
나뭇잎의 숙명도
옷깃의 그리움도 아닌
거미줄
한허리 쉬었다 불지도
아침참은 잠잠하지도
한밤엔 자는 것도 아닌
사철 무시로 불어와
*올오롯이 맞을 걸 알면서
왜 거기다 지었을까
거미는
목이 좋아 몇 놈쯤이야
쉬 건질 수 있어서인가
하마 못 잊을 반려와
절절한 언약의 그 곳인가
출렁임은 탄성彈性만이 아닌
저만 아는 탄성歎聲 있는 걸까
아으아흐아둥-두둥
둥실한 배 속 전설을 풀어
긴 다리 두렁두렁 넘어가며
피아노 혹은 거문고 아쟁
현의 선율 중 고운 것만 따다
너만 아는 접착의 끈으로
너만의 궁을 지었겠지
그러련다, 오늘부터 나도
바람에 거미줄 출렁이듯
두렴 없이 나의 시 나의 혼
이리저리 술술 날려 보내
그대를 불러보련다
인연을 엮어볼란다
숭덩숭덩
*올오롯이 : '진득이'의 제주방언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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