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때부터 오랜만에 눈이 많이 내렸다. 겨울철 눈답게 내렸다. 만나서 술 한 잔 하고 싶은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에 소복하게 쌓인 눈을 맞으며 기분이 참 좋았다. 일기예보는 내일 아침은 기온이 영하 10도로 뚝 떨어져 춥겠다고 해 빙판 출근길이 걱정이 되긴 했으나 이내 잠이 들었다.

아침 출근길 어제 저녁 걱정했던 빙판길은 눈을 치운 착한 시민들 덕분으로 평소처럼 길음 전철역까지 도착했다.전철을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한참 기다리니 안내방송이 나왔다. 앞 열차 고장관계로 당열차가 도착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전철 안은 마스크를 쓴 승객들로 '콩나물시루'처럼 꽉 차 있었다. 출입문은 한 동안 열려 있는 채 출발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엄중한 코로나 상황이고,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날에는 별도 증차 운행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다. 지각을 하면 안 되겠다 생각해, 반대편 전철노선을 타고 가는 도중 안내방송이 나왔다.“길음역 전철고장으로 인해 도착이 지연되고 있으니, 다른 교통을 타실 분은 환불을 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창동역에서 비교적 한산한 1호선으로 갈아탔다. 그러나 가는 도중 중간 중간 안내방송이 나왔다.

“통제실 지시로 00역에서 잠시 정차 하겠습니다.” 귓가에 맴도는 안내방송을 뒤로하고, 다행스럽게도 서울역에 10시 45분쯤 도착했다. 평상시보다 1시간 30분 정도 늦게 도착한 셈이다.

어찌 폭설이 내리는 날에는 단골손님 마냥 아직도 다반사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될까? 푸념이 나왔다.

입추의 여지없는 ‘콩나물시루’ 같은 전철 안 풍경을 보면서, 새삼스레 거리두기가 생각났다.

코로나로 엄중한 상황 거리두기 - 서울 시민의 발, 전철 안을 잘 보시라. 어떤 상태인지?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서기철 에디터  skc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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