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자 양반!, 양반이시죠. 글을 다루는 문반이지요. 글을 잘 만들어내지요. 취재 수첩에 기록하느라 1년에 볼펜 수십 자루 쓰시죠. 지금은 스마트폰 자판을 더 만지지요. 텔레비전 뉴스 시간에 기자가 스마트폰을 힐끔힐끔 들여다보면서 보도하는 광경이 흔하지요.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 관계에 객관적으로 합당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확신하시죠. 그러려고 수많은 나날을 공부하셨지요. 지식인 축에 들지 아니한다고 누군가가 말하면, 가슴팍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올라와 성대를 자극하겠지요.

일부 기자가 뭐냐고요. ‘이부 기자라고요. 기자 양반이 이부 대학졸업생이라고요. 예전에는 대학교의 야간강좌개설 학부를 이부 대학이라고 불렀지요. 야간강좌에서 강의 중에 경험하건대, 이부 대학 재학생은 목표 의식도 뚜렷하고 정신력이 남달라요.

글을 읽고 쓰는 사람은 이 글과 저 글에서 비치는 가치관과 논리가 하나로 꿰어져야겠지요. 적어도 최근 며칠, 몇 달 사이에 쓴 글들은 그래야겠지요. 물론 십여 년 전의 글은 오늘의 글과 다르기도 하겠지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니까요. 인간도 의당 변하겠지요. 그게 성장이고 발달이겠지요.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1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던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왼쪽 셋째)씨가 8일 저녁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연 해단식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왼쪽은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씨, 오른쪽은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한겨레신문 :2021-01-08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1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던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왼쪽 셋째)씨가 8일 저녁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연 해단식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왼쪽은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씨, 오른쪽은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한겨레신문 :2021-01-08.

일부 언론의 일부 기자가 쓴 여러 기사는 관통하는 논리가 뭔지 알기 힘들어요. 이번 기사와 저번 기사는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다르게 보여요. 예컨대, 저출산을 걱정하고 인구감소를 보도하면서도 산재 사망자의 처참한 상황은 잘 보도하지 않아요.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고 산재 사망자 유가족이 엄동설한에 지난해 1211일부터 근 한 달가량 곡기를 끊었는데도 일부 기자는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아요. 엊그제 8일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법)이 산재 사망자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원래 입법 취지에서 얼마나 벗어났고 그 부작용의 여파를 보도한 언론사 숫자는 다섯 손가락이면 충분해요. 한겨레신문은 누더기 중대재해법이라고 평가했죠. ‘중대재해기업 처벌이 아니라 중대재해기업 보호라는 평가도 나왔죠. 그 법률 이름에 기업책임자는 쏙 빠졌네요. 21대 국회 들어 중대재해 관련하여 처음 발의된 법률안의 명칭은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강은미 의원 대표 발의)이네요. 초기 명칭과 최종 명칭이 너무 차이가 커요. 장기 놀이로 치면, 차와 포를 다 떼버린 꼴 아닌가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잠정합의안 관련 국회 농성단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씨가 발언하고 있다.  “왜 죽음에 차별이 있습니까.”  “왜 수천명의 죽음을 외면합니까.”    연합뉴스. 한겨레신문, 2021-01-07.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잠정합의안 관련 국회 농성단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씨가 발언하고 있다.  “왜 죽음에 차별이 있습니까.”  “왜 수천명의 죽음을 외면합니까.”    연합뉴스. 한겨레신문, 2021-01-07.

여러 언론에는 중대재해법통과에 따른 재계와 중소기업의 부담은 눈에 박혀도 산재 사망자는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산불 구경거리로 비치는가요? 매해 산재 사망자가 세상에나 2,400명이에요(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의 출범 선언문). 아마도 산재 사망자는 인구감소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인식하나요. 산재 사망자는 사망자 축에도 들지 못하나요. 2020년에 인구가 자연 감소했지요. 출생아는 275,815, 사망자는 307,764명이네요.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31,949명 더 많네요. 군이 하나 없어진 셈이지요. 참고로, 20201월 충남 청양군 인구가 31,299명이네요.

저출산과 인구감소에 관한 기사의 진정성과 파급효과가 잘 전달되려면, 오늘 이곳에서 노동하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다가 부모·형제가 기다리는 집으로 퇴근하는 세상을 만들어보자고 해야 하겠지요. 지나간 어제의 사람, 오는 내일의 사람보다는 오늘 이곳의 사람이 우선이고 소중하지 않나요. 영유아 학대는 제대로 막아야지요. 그럴 때 아이를 점지한다는 삼신할머니가 흥을 내리라 생각해요. 아이를 대한민국에 보내겠지요. 문제는 저출산이 아니라 저출생이지요.

일부 기자 양반이 초저출생과 인구급감의 현실성과 충격을 다루는 맥락에서 산재 사망자와 직업성 암 환자, 단식하면서까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을 촉구한 산업재해 유가족, 산업재해 탓에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의 처지를 공감하고 반영하는 기사로 여론 형성을 주도했다면, 적어도 누더기 중대재해법이라는 평가는 면했겠지요.

정치가가 아닌 정치인을, 기업가가 아닌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인을 탓해 뭐 하겠어요. 수미일관을 고심하는 당신께 묻지요. 부모 형제자매 중 산재 사망 노동자 없으시죠? 직업성 암 환자도 없으시죠?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편집위원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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