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체가 안개 속에 갇혀 있는 듯 보입니다.

짙은 안개는 아닙니다.

뿌연 안개.

형체는 보이지만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 그런 안개.

 

안개... 낭만적이긴 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서로가 혼자인 듯 느껴지고

서로를 이웃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낯선 타인으로 인식합니다.

세상을 이끌어갈 동반자로 생각하기보다는 타파해야 할 적으로 여깁니다.

현재 한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모습이 딱 그렇습니다.

 

가까운 친지간에 갈등하는 것만큼 불편한 일도 없듯이,

매일 마주하는 부부의 불화만큼이나 견디기 어려운 일도 없듯이

정부와 국민의 위화감만큼이나 국민을 상심하게 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고 정부는 국민의 뜻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

그런 사회를 좋아할 국민은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상대 탓으로 돌리기를 당연시하는 사회.

그런 모두가 안개 속에 갇힌 사회입니다.

 

헤르만 헤세는 <안개 속에서>라는 그의 시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안개 속을 혼자 거닐면 정말 이상하다. 넝쿨과 돌은 모두 외롭고 나무들도 서로를 보지 못한다. 어쩔 수 없이 모든 것들로부터 인간을 홀로 격리시키는 어둠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일 수가 없다."

 

우리 인생도 안개 속을 걷는 것과 비슷한 때가 많습니다.

똑같은 사회의 숲속에 있지만 서로를 모르고 알지 못합니다.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여겨지지만 나의 길만 겨우 보이고

다른 이의 앞길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결국은 혼자일 수밖에 없는 외로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안개 속에 있을 때에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역사의 안개 속에서 빠져 나와야 합니다.

불현듯 안개가 걷히면

우리는 모두 공동 운명체이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과

서로를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과

그 대상은 자신과 같은 입장과 견해를 공유한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이념과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보수는 보수끼리 껴안고, 진보는 진보끼리 보듬는 것은 재미없습니다.

 

예전에 지역갈등이 심할 때

영남은 영남끼리, 호남은 호남끼리 뭉칠 때보다 더 재미없습니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인정할 때

우리 사회는 진정한 상생의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며 그때에야 비로소

한겨레가 지향하는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심창식 주주통신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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