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 친구가 갔어요
파란 하늘 친구가 갔어요

나이 들어가면서 언제인가부터 나는 티브이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트로트를 즐겨 보고,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재방송까지 찾아가며 시청하고 있다.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왜 이런 프로에 집착하는지!
나 자신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

울며불며 찔끔거리며 그들과 함께 슬픔을 공유하는 관습이 생겼다.

지난달에 이어 새해 9일 날 대학 친구가 또 한 사람 타계하였다.

1959년 뚝섬이 바라보이고 갈대밭이 우거진 왕십리 멀리 보이는 그곳에서 만나 60년이 넘었는데 지금 순서 없이 하나둘 우리 곁을 떠나고 있으니 착잡하고 슬프다.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아무 준비 없이 닥친 노년 생활이 우리에게는 벅찬 일이긴 하여도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이리도 빨리 가야 하는지에 대한 쫓김에 당혹스러운 감정이 엄습하고 있다.

아무 준비할 겨를이 없이 찾아온 네 번째 스무 살을 넘겼는데 80대에 무엇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 코로나 19는 우리 생존을 단축시키며 조바심을 느끼게 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가 노인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다듬어진 것도 없는데 어디론가 내몰려 허송세월을 해야 하는 서글픈 늙음이 항변할 수 없는 이 초라함을 조아리며 살고 있다.

담장이가 익어가는 날
담장이가 익어가는 날

60년대 초기 산업 현장에서 한 달에 한 번 쉬고 밤 낮 없이 뛰었던 우리는 연금이 없는 시대의 유일한 산물이다.

자부심 하나로 정말 박봉에 아이들과 함께 검소하게 살았던 그 시절, 이렇게 사라져 가는 벗들의 얼굴이 지워져 가고 있다.

그나마 먼저 간 친구보다 아직 살아 있는 친구들이 조금 더 남아 있으니 코로나가 끝나면 자주 보며 살자고 통화하고 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최호진 주주통신원  chj1959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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