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다. 현재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는 현상유지론자가 있는가 하면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며 나아가는 부류가 있고, 과거 속에 머물러 옛날이 좋았다며 과거로 회귀하고자 하는 부류도 있다.  이름하여 멈추는 놈, 전진하는 놈, 가라앉는 놈이다.

이론적으로는 과거로 회귀하는 놈이나 현재에 머무는 놈보다는 앞으로 전진하며 나아가는 놈이 제일 좋고 바람직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엄밀해 말해서 이들 중에 어떤 종류의 인간이 제일 바람직한가를 논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각자의 장단점이 있고 버릴 바와 취할 바가 있기 때문이다. 장점 뒤에는 단점이 숨어 있고, 단점 속에도 장점이 있으며, 사람이나 세상의 모든 것에 양면성이 있음을 아는 것은 상식이라기보다는 경험과 지혜에 속한 영역이다.

이를테면 멈추는 놈은 발전은 없어 보이지만 현 상태에 만족할 줄 알며 불평불만보다는 조화와 화평을 꾀하는 자일 수 있으며, 앞으로 전진하며 나아가는 놈은  무한한 발전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꿈을 간직한 반면 현실에 대해 끊임없는 불평을 터트리는 갈등 유발자일 수 있다. 그리고  가라앉는 놈은 과거 속에 머물러 현실 만족감도 낮고 미래지향적이지도 않지만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미래에 대한 부질없는 꿈이나 욕망을 멀리하는 자일 수 있다.

'붉은 악마 뒤엔 하이텔이 있었다' -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전세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붉은 악마 역시 피시통신 동호회로 시작되었다. 사진은 수원 서포터스들의 열광적인 응원 장면으로 이들은 케이(K)리그의 흥행을 위해 매우 열정적인 활동을 하다가, 2002년 월드컵 예선과 본선을 거치며 국가대표 응원단이 되었다. 김종수 기자가 찍었다. (출처 : 한겨레 신문)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it/977290.html#csidxa101ee77a3c74259ff60869b112d375
'붉은 악마 뒤엔 하이텔이 있었다' -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전세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붉은 악마 역시 피시통신 동호회로 시작되었다. 사진은 수원 서포터스들의 열광적인 응원 장면으로 이들은 케이(K)리그의 흥행을 위해 매우 열정적인 활동을 하다가, 2002년 월드컵 예선과 본선을 거치며 국가대표 응원단이 되었다. 김종수 기자가 찍었다. (출처 : 한겨레 신문)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it/977290.html#csidxa101ee77a3c74259ff60869b112d375

그래서 인간을 정형화된 틀로 분류하는 것은 어떤 가치관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전제 아래 자행되는 것이라는 점을 유념하고 경계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이 분류는  사람들이 세상사와 인간사를 대하는 자세나 태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지구인들이 신축년 새해에 다 같이 공유하는 화두는  여전히 코로나19에 머물러 있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사는 분산되어 있고 제각기 다른 곳을 향해 있다. 어떤 이들은 부동산 동향에 관심이 있는 반면 소위 동학개미들은 주식 동향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사회지도층과 경제인들은 바이든 취임으로 인한 정치경제적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여야 정치인들은 자당의 지지율과 서울 시장 보궐선거에 관심이 쏠려 있다.

세 분류를 적용해본다면, 경제활동에 주력하는 자들은  부동산과 주식이 멈추는 놈일까 전진하는 놈일까 가라앉는 놈일까를 잔뜩 긴장한 채 주시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과 주식이 거의 8부 능선에 와 있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탓이다. 반면 정치사회활동에 관심있는 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라든지 야당의 지지율이 멈출지 올라갈지 떨어질지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바이든의 취임으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진전될 것인가 아니면 트럼프보다 못한 전략적 인내로 후퇴할 것인가 아니면 현 상태에서 현상유지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도 주요 관심사이다.

'시간의 극장'- 한겨레 아카이브 프로젝트 (출처 : 한겨레 신문)
'시간의 극장'- 한겨레 아카이브 프로젝트 (출처 : 한겨레 신문)

신축년 새해 들어서도 사람들은  사회 정치경제적인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자신의 신념이나 주장과 의도를 사회 각 분야에서 관철하려 들 것이며 그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거나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려 할 것이다. 그 과정이 잘 진행되는가의 여부에 따라 자신이 멈춰있는 자로 여겨질 수도 있고 전진하는 자 혹은  가라앉는 자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멈춰있기만 하는 자도 없고 전진하기만 하는 자도 없다. 더구나 가라앉기만 하는 자도 있을 리 없다. 그저 전진할 때가 있고 가라앉을 때가 있으며 그러다가 때로 멈출 때가 있을 뿐이다. 이는 상황의 변화에 따른 반응일 수도 있고 심리적인 변화에 기인할 수도 있을 것이며 연령에 따라 젊은 세대와 노후 세대의 생각이나 경험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또한 똑같은 상황이나 심리적 상태에서도 분야별로 사안별로 달리 대응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니 어찌 인간을 단칼에 세 부류로 분류하고 단정 지을 수 있으랴. 단지 외적으로 그렇게 보일 뿐  사람 각자의 내면에는 수많은 부침과 변천이 있을 것이며, 행복과 고통이 혼재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행복한 상태라면 좋겠지만 만약 고통이나 갈등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 상황을 어떻게 멈출 것인지, 얼마나 더 진행시킬 것인지, 언제 수면 아래로 가라앉힐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사색이 필요할 것이다.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잡다한 여건과 상황을  여하히 통합해서 인생의 자수를  얼마나 멋지게 수놓을 것인가 하는 내면의 고뇌와 결단은 늘 필요한 것이며,  그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예고없이 다가오기 마련이니 말이다.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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