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공원의 의자
- 허 창 무
늦가을 공원에는 빈 의자가 주인공이다.
풍성한 계절에는 삽상한 그늘 밑에서
산책객들을 맞이했지만
찬바람 부는 나목의 계절에는
쓸쓸한 과객들의 발자취만 남아있다
저녁 어스름 빈 의자에 앉으면
성장했던 계절의 이야기들이 들린다.
가난한 연인들의 분홍빛 사랑이야기며
고독한 노인들의 푸르스름한 외로움이며
방황하는 노숙자들의 안개 낀 하품소리,
체험학습을 하러나온 유아들의 아우성이
신록 빛 혼성합창을 한다
이윽고 다시 적요가 쌓이면
공원에 깃드는 광막한 자유
그리고 무상한 여유
이럴 때 공원의 의자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사색의 보금자리며 안식처가 된다
- 2020년 11월 23일 작
「조락의 계절에 전성기의 풍요로운 시절을 돌아보며 성찰하고 숙고하는 내용입니다. 인간은 궁핍한 시절에 보다 더 적나라하고 실존적 존재의미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더욱 자유가 무엇인지 깨닫게도 되겠지요.」
편집, 사진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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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무 주주통신원
sdm34777@hanmail.net
운치있는 시와 그림으로 주말을 선물합니다.
허창무 통신원의 글이 4년 여 만에 올라왔네요.
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함께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