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잘 주무셨죠? 지난 주 회암사 갈 땐 봄날처럼 그렇게 따듯하더니 어젠 광풍에 눈보라까지 친 사나운 날씨였어요. 어젠 강변 걷다 날아갈 듯해 다시 들어왔어요. 헌데, 27일 목요일은 강변 걷기 좋았어요.

그날 해질 무렵 용화사 저녁 종소리 들으며 친구와 함께 걷는데, 강물이 서울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더라고요. 얼음 덩어리를 업고 가는데 그 속도가 우리 걸음걸이보다 더 빨라요.

선생님, 이곳 한강 하구는 서해 간만의 차이에 따라 물이 밀려왔다 빠졌다 하거든요. 물이 저렇게 밀려오는 걸 보니 오늘이 음력 보름인가 보다 생각 하며, 강 건너 동쪽을 바라보니 멀리 북한산 위로 둥근달이 솟아오르더라고요.

"아! 달이다. 보름달!"

저도 모르게 소리쳤어요. 그러고 보니 오늘이 음력으로 경자년 섣달 보름임을 확인 했어요.

선생님, 저는 그 달 보는 순간 소동파(蘇東波) <적벽부>(赤壁賦)의 "少焉, 月出於東山之上, 徘徊於斗牛之間"(잠시 뒤 달이 동산 위로 솟아오르더니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를 배회 한다)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적벽부> 읊으며 강변 걸었어요.

선생님, 그런데 그 달 보는 순간 갑자기 카톡 친구인 자야가 생각나더라고요.

"어서 빨리 집에 들어가 간산루에 올라 저 달을 찍어 자야에게 보내 줘야지..."

선생님, 그런데 있죠. 막 집문 들어서는데 '카톡!'해 열어보니 자야의 카톡이더라고요. 선생님,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란 말 있죠. 아마 텔레파시가 통했나 봐요.ㅎㅎㅎ~~~^^^

자야가 "선생님, 집에 돌아가는 도중 동쪽 하늘에 솟아오르는 저 둥근 달보고 선생님 생각나서 담았어요. 밤 깊으면 간산루에 오르셔 저 보름달 보세요!"하는 글귀와 함께 달 사진 올렸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바로 여안당 간산루에 올라 그 달 폰에 담아 자야에게 보냈어요.

"자야, 간산루에서 바라 본 보름달이요.
날 본 듯이 보소서!"하는 글귀와 함께.

잠시 뒤 또 카톡 왔어요. "아파트 앞 산책로~ 달님과 함께 걸어요" 글귀와 함께 달 사진 또 보냈더라고요. 선생님, 이렇게 자야와 저는 달을 보며 즐겼어요.

옛 어른들이 '弄月'(농월)이라 한 말 조금은 알듯했어요.
선생님, 어느새 밤이 깊어졌네요. 子夜!

깨어보니 새벽 3시!
초저녁에 자야가 "밤 깊으면 간산루 올라 휘영청 밝은 달 보세요"한말 생각나 간산루로 올라갔어요.

홀로 난간에 기대어 달빛 아래 자야가 언젠가 설악산 야영장에서 나뭇가지에 걸린 새벽달과 함께 보내준 왕려군의 '달빛' 노래 들었어요.

<鄧麗君 -月亮代表我的心 >

"당신은 내게 당신을 얼마나 사랑 하냐고 묻는 군요.
나의 감정은 참되고, 내 당신에 대한 사랑 역시 진실하답니다.
저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해 줘요!" 라고 부른 그 노래.

선생님, 휘영청 밝은 달 폰에 담아 '달빛'노래와 함께
자야 깰까봐 베갯잇에 살짝 놓았어요. 잘 했죠?

선생님, 어느새 날이 밝았네요. 날이 밝는 줄도 모르고 제 이야기만 했어요.
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신축 정월 29일 새벽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 포옹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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