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에 터 잡은 종가는 몇 개일까? 종갓집에 거주하는 종손은 얼마나 될까? 종가의 현대적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 전남지역 향토사나 족보에 관심이 적지 않은 사람은 한 번쯤 던져볼 만한 질문이다.

지난해 12월 23일 ‘전남 종가 조사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한 “2020년 전남 종가 학술 심포지엄”이 전남 나주시민회관에서 열렸다. 전라남도·(사)전남종가회가 주최하고 (사)남도학연구소가 주관했다. 전남종가회는 회장 윤형식(해남군 해남윤씨 어초은파 어초은 종가), 부회장 박경중(나주시 밀양박씨 청재공파 박중근 종가), 총무 양재혁(담양군 제주양씨 창암공파 창암 종가) 등으로 이뤄졌다.

나주 박경중 가옥(남파고택; 南坡古宅, 국가민속문화재 제263호). 전라남도 나주시 금성길 13 / 출처: 나주문화관광(http://www.naju.go.kr/tour/)
나주 박경중 가옥(남파고택; 南坡古宅, 국가민속문화재 제263호). 전라남도 나주시 금성길 13 / 출처: 나주문화관광(http://www.naju.go.kr/tour/)

전남의 종가문화 조사는 세 번 이뤄졌다. 1차(2016~2017)에 30 종가, 2차(2017~2018) 38 종가, 3차(2020)에 36 종가가 조사됐다. 조사의 주요 내용은 종가문화이다. 즉, 종가의 역사, 민속, 건축, 문헌 자료, 음식문화 등이다. 그 성과는 <전통과 가통이 계승되는 공간, 종가문화 Ⅰ, Ⅱ, Ⅲ>로 출판됐다. 각각 조사에 응한 종가는 모두 61 성씨 104 종가였다.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시군은 광양, 여수, 고흥, 완도, 진도, 목포, 신안 등으로 주로 해안가 시군이다.

광주학생독립운동 싹 틔운 '나주역 사건' 주역으로서 독립유공자인 박준채와 박기옥은 남파 박재규(1857~1931) 선생의 손자 손녀이고 남파고택에서 학교를 다녔다.  /  박준채(1914~2001) 독립유공자 공적조서: 1929. 11월 광주학생항일시위의 점화자로서 전국학생운동의 발단이 되어 국민의 민족의식 고취와 항일독립운동에 영향을 준 주동자로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됨. / 박기옥(1913~1947) 독립유공자 공적조서 : 1929년 10월말 전남 나주에서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 재학 중 나주역에서 일본인 학생들에게 희롱을 당해 광주학생운동의 도화선이 되었으며, 이후 시험 거부 백지동맹 등 항일시위에 참여하다가 강제 퇴학당함.  / 출처: 공훈전자사료관(e-gonghun.mpva.go.kr), 대한민국역사박물관(www.much.go.kr)
광주학생독립운동 싹 틔운 '나주역 사건' 주역으로서 독립유공자인 박준채와 박기옥은 남파 박재규(1857~1931) 선생의 손자 손녀이고 남파고택에서 학교를 다녔다.  /  박준채(1914~2001) 독립유공자 공적조서: 1929. 11월 광주학생항일시위의 점화자로서 전국학생운동의 발단이 되어 국민의 민족의식 고취와 항일독립운동에 영향을 준 주동자로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됨. / 박기옥(1913~1947) 독립유공자 공적조서 : 1929년 10월말 전남 나주에서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 재학 중 나주역에서 일본인 학생들에게 희롱을 당해 광주학생운동의 도화선이 되었으며, 이후 시험 거부 백지동맹 등 항일시위에 참여하다가 강제 퇴학당함.  / 출처: 공훈전자사료관(e-gonghun.mpva.go.kr), 대한민국역사박물관(www.much.go.kr)

조사에 참여한 연구자에 따르면, 종가는 대체로 ‘한 문중에서 맏아들로 이어져 내려온 큰집’이다. 문화적으로 표상하는 바가 특별하다. 종가에는 고유한 문화가 존재한다. 종가는 공간적으로 건축기법과 기능, 위계, 미학 실용성을 지닌 공간이다. 전통문화의 현장이고 문화유산이다.

전남 종가의 선정 기준은 세 가지이다. 첫째, 불천위(不遷位; 4대가 지났는데도 신주를 옮기지 않고 자손 대대로 영원히 제사를 모시는 조상) 제례를 모시는 집안. 둘째, 파조(派祖)에서 직계 맏아들로만 10대 이상 이어져 내려온 집안. 셋째, 종손이 10대 이상 이어져 내려오면서 해당 지역에 거주하면서 가통을 이어가는 집안. 셋 중 하나만 충족해도 종가로 선정된다.

세손이 30세를 넘는 종가는 2개이다. 장성 울산김씨 대종가는 39세손, 나주 나주임씨 대종가는 32세손이다. 20세 이상 30세 미만인 종가는 18개이다. 나주 이천서씨 상서공파 서린 종가와 화순 신안주씨 대종가는 각각 26세손, 화순 진주형씨 병사공파 종가 21세손 등이다. 10세 이상 20세 미만인 종가는 84개이다.

2020년 전남 종가 학술 심포지엄
<2020년 전남 종가 학술 심포지엄> , 2020.12.23.

전남 종가는 나주시와 화순군 등에 많이 분포됐다. 전남의 시군 22개(5시 17군) 중 15개(2시 13군)의 종가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2시는 나주시, 순천시이고, 13군은 강진군, 곡성군, 구례군, 담양군, 무안군, 보성군, 영광군, 영암군, 장성군, 장흥군, 함평군, 해남군, 화순군이다. 1차~3차 조사에서 조사된 종가는 104 종가이다. 종가의 시군별 분포를 보면, 나주시 17개, 화순군 16개, 담양군과 영암군은 각각 10개, 보성군 9개, 장성군과 장흥군은 각각 8개, 영광군 5개, 강진군과 무안군은 각각 4개, 곡성군, 순천시, 함평군, 해남군은 각각 3개, 구례군 1개 등이다.

조사 참여 연구자는 향후 과제로 ‘전남 소종가 조사’를 제시했다. 전남에는 10대 미만이지만 종가로서 역사적, 문화적 위상을 갖춘 집안이 많다.

나는 각 종가의 내력과 역사가 담긴 족보의 서문에 대한 번역작업을 제안한다. 후세대가 적어도 서문의 뜻은 알게 해줘야 한다. 족보 서문의 필자는 당대의 훌륭한 선비이고 지식인이다. 시대별로 필자별로 문제의식이 다르다. 이러한 차이에 대한 분석은 전남 향토사를 더욱 풍성히 하리라 생각한다. 대부분 한문으로 이뤄진 종가의 각종 문헌을 능수능란하게 해독할 만한 지식인도 많지 않고, 조상을 높이고 소중히 여기는 의식도 투철하지 않은지라, 만시지탄이지만  족보 서문의 번역 작업은 시급하다.

전남 종가가 문화유산의 보고로서, 전남 향토사의 고갱이로서 그 가치가 널리 인정되길 기대한다. <전통과 가통이 계승되는 공간, 종가문화 Ⅰ, Ⅱ, Ⅲ>는 그 초석이라 할 만하다.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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