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앞의 매화나무, 가지 가득 눈꽃 피니
一樹庭梅雪滿枝

풍진의 세상살이, 꿈마저 어지럽네.
風塵湖海夢差池

옥당에 홀로 앉아, 봄밤의 달을 보며
玉堂坐對春宵月

기러기 슬피 울 제, 생각마다 산란하네.
鴻雁聲中有所思

선생님, 이 시 누구의 시인지 아시죠?
그래요. 맞아요. 퇴계 선생님의 매화시예요.
벌써 봄 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네요.

선생님, 지난 주 2월 3일이 입춘이었어요.
그날 밤에 눈이 내렸어요. 봄눈!

늦은 밤, 카톡 소리에 잠이 깼어요.

"누굴까?" '김영해' 자야의 카톡이었어요.
"年矢每催! 세월은 화살처럼 빨라서 늘 재촉하네요. 오늘 입춘! 선생님, 봄눈이 소복이 내렸어요. 늦은 밤 눈길 걷고 있어요." 라는 글과 함께 눈 사진(설경) 보냈더라고요.

子夜가 보낸 눈 사진
子夜가 보낸 눈 사진
子夜가 보낸 눈 사진
子夜가 보낸 눈 사진

바로 간산루에 올라

눈 위에 '子夜'라 썼어요. 달님이 빙그레 웃으시며 내려다보고 있으시더라고요.

눈 위에 쓴 子夜
눈 위에 쓴 子夜

누가 볼까 봐 부끄러워 얼른 카톡에 담아 자야에게 보냈어요.

그리고 눈 밟으며 눈길 걷는 자야 그리워하다 그만 깜빡 잠이 들었어요. 혹시 꿈에라도 만날까 했는데...
선생님, 그런데 있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자야 카톡 또 와있더라고요.

"뭐라고 왔냐고요"
선생님, 궁금하신가 보네요?! ㅎㅎㅎ

눈 사진과 함께 “惟永壽靑! 선생님, 매화 소식 기다리겠어요. 함께 해주시겠죠? 그날 손꼽아 기다리겠어요"라는 글 보냈더라고요.

선생님, 그래서 제가 다시 또 위의 퇴계 매화시와 함께 이해인 수녀님의 '봄이 오는 길목에서' 보냈어요.

이때, 또 '카톡!'해 열어 봤더니 이번엔 멀리 밴쿠버 큰며느리 야죽당(野竹堂)의 카톡이더라구요.

梅蘂臘前破
梅花年後多
絶知春意好
最奈客愁何

雪樹元同色
江風亦自波
古園不可見
巫峀鬱嵯峨

매화 꽃술 설 전날 터지고, 매화 꽃잎 새해 첫날 벙그누나!
봄날 좋은 줄 문득 알았는데, 이걸 어쩌나? 나그네 시름!

눈빛과 매화꽃빛 원래 같은 빛, 강바람 또한 스스로 물결쳐서 생긴 것
고향 땅 볼 수 없으니, 우뚝 험한 무협산 답답하여라!

선생님, 두보(杜甫)가 무협 산골 걷다 개울가에 핀 매화 보고 읊은 <江梅> 보냈더라고요.
고국 멀리 타향에서 봄을 맞으니 문득 두보의 이시 생각났나 봐요.

선생님, 바로 야죽당에게 두향과 퇴계의 합작 시 <倒垂梅>(도수매) 보내 줬어요.

선생님, 이렇게 새벽에 매화 소식과 함께 봄이 오고 있는 소리 듣고 있어요.

한 차례 뼈를 뚫는 추위가 아니었더라면, 어찌 코를 스치는 향기 얻을 수 있었을까?!

不是一番寒徹骨
爭得梅花撲鼻香

어느새 날이 밝았네요.
선생님,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신축 2월9일 새벽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 늙은이가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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