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분들이 조국의 산하를 에둘러 떠나는 시절
소중한 분들이 조국의 산하를 에둘러 떠나는 시절이 서글프지만 우리가 더욱 더 그 분들을 깊이 간직할 필요가 있다 생각하면서 그리움을 대신합니다. 오늘은 백기완 선생님의 음성을 되살려 기억해봅니다.
백기완 1
김형효
그냥
그냥
이런 저런 구차한 말들은 가라 그래
노나메기도 그런 거야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고
그낭 자질구레 구차해서는 안되는 거야.
우리 민족의 말은 꼭 입 벌려 떠벌려야 하는 그런 것이 아니거든
여러분들은 그것을 알고 살아야 것다 이 말이면 되는 거야
알겠오.
아마 다 알아 들었을 거야.
이렇게 벅차고 힘든 시절을 팍 뚫고 이 자리에 온 사내들
그리고 어머니 아니 어무이를 품고 살아가는 여성들이라면
다 그럴 것이거든
그러니 이제 우리는 준비를 해야겄다 이거야
양코뱅이 그거 별거 있겄냐
그런 마음 다잡고 가는 거다. 그거야.
알 거야. 그거 알잖냐 말이야!
우리가 마음 굳게 하나로 꽉 동여메면 되는 거다 그거야!
다 우리 맘에 있는 거 그거다.
여러분들이 그거 알면 되는 거다. 그거다.
아! 내 이름 그거 백기완 알제!
그래 그러면 이기는 거다.
그냥 입 꽉 다물고 당당하게 가는 거다. 그거야.
하하! 그래 웃으며 가는 기야. 알간 모르간.
그래 조국이 거기 있다는 거야!
잊지만 말고 살면 우리가 다 이기는 거야!
오늘도 우리가 이긴 거야. 그래 이긴 거야!
백기완 2
- 밥이다.
김형효
참으로 하얗구나야
그것이 밥이거든
하얗고 하얀 그거이 밥이거든
우리가 살믄서 이래저래 잘난척 해봐야 그거이 별거 없지야
그냥 하얗고 하얗게
나를 우리를 살리는
그 밥 알갱이 만큼도 이루지 못한 알량함 뿐이거든
이제 알간
그러니 겸손하게 살되 제대로 사는 거
그거이 중요하다 그거야 알긋냐 말이야
우리가 가야할 길 그거야
알았으면 그대로 가면 되는 기라.
가라! 가라 말이다.
너 믿고 너 자신을 믿고 까짖 거 가라 말야!
김형효 너 네게 와서 쌀포대 디밀고 원고료 셈하던 그놈 니 아이것나 그기다
온몸 알몸처럼 원형 그대로 디밀며 가다보면
그거다 그기 그기 이기는 기라
너는 울지말그라 말이다.
이미 이겨 승리한 자가 승리를 모르면 어쩌란 것이냐 말이다.
그래 그렇게 머물라 그거다.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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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효 통신원의 글을 통해 인간적인 면을 알 수 있겠습니다.
"너 믿고 너 저신을 믿고 까짖 거 가라 말야!"
만인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느껴지네요.
다시금 추모의 마음이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