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뱅크(출처 : 한겨레신문 2021.2.18)
사진 게티이미지뱅크(출처 : 한겨레신문 2021.2.18)

체육 선수들의 학교 폭력이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참에 반짝하고는 곧 사그라질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간이 흐르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은 ‘시간이 약이다.’라고 한다. 근본적으로 고칠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제도적으로 개선책이 나오리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방문 교수로 다녀와서 교육 전문가들에게 미국의 고등학교 수강신청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전문가들이라 하는 그네들은 한결같이 무슨 되지도 않는 말을 하느냐고 했다. 그 수강신청제도를 우리는 2025년부터 도입한다고 한다.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제도가 정비되기는 하겠지만 이참에 고등학교 과정에 ‘고급과정’ 과목을 개설하자고 의견을 낸다.

고등학교 과목에 ‘고급과정’ 과목을 개설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의욕과 능력개발, 성취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내가 본 ‘고급과정’ 과목은 수학, 물리, 화학 분야의 것들이었다. ‘고급과정’을 이수하면 대학에 진학하였을 때, 해당 과목의 교양과목 이수를 면제해 주고 있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제도라고 본다. ‘수학 II’와 같은 과목을 전 학생들이 다 이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원하거나 필요하거나 학습능력이 되는 학생들만 이수하면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고등학생들이 ‘물리 수학’이라는 고급과정을 이수하는 것을 보았다.

주제로 되돌아가서, 학교 폭력을 보자. 학교 폭력은 운동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적인 학교 폭력이 문제의 본질이다. 우리는 그동안 간간이 학교 폭력이 사회 이슈화했었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제도적으로 개선된 것도 없다.

학교 폭력에 대한 관계자들, 교사, 학생, 학부모들 하나같이 대수롭지 않은 것을 문제 삼는다는 듯이 대해 왔다. 심각한 인식 부족이다. 더욱이 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에게 결여된 학교 폭력에 대한 인식 부족은, 심지어 학교 폭력에 대한 개선에 장애가 되고 있다. 교사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은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시기에 일어나는 것인 만큼 피해 당사자에게는 평생의 상처가 된다는 점 때문에 강력하게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 예방조치는 제도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제도가 아니면 학교 폭력에 대한 개인적 인식의 차이로 인해서 개선될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경험한 것 가운데 하나는, 이런 것이 학교 폭력이라는 인식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학교 폭력의 가해자나 심지어 그들의 학부모들까지도 아이들이 장난한 것 가지고 왜 그러냐고 한다. 학교 폭력에 대한 인식의 결여를 한마디로 보여 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학생과 학부모가 연대 서명하여 학교 폭력이 무엇인가 인식을 공유하게 하고, 위반 시에는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연대 서명지는 한 건에 하나씩 서명하게 한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동료들에게 큰소리를 치지 않는다.’ 이것이 한 건이다. 위반하면 처벌받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심지어는 학부모를 학교에서 소환한다. 동료를 못살게 굴거나, 때리거나 하는 것도 하나하나 예시하면서 서명하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어떤 것이 학교 폭력인가는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게 된다.

그네들의 학교생활을 보면, 교과목 교실을 옮겨가야 하는 체제이면서도 쉬는 시간은 4분에 불과했다. 10분 쉬는 시간에 익숙한 필자에게 무척 놀라운 것이었다. 이것도 학교 폭력을 방지하려는 방안의 하나로 고안된 것이었음을 알고는 학교 폭력을 예방하려는 그들의 세심한 교육적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러한 경험을 한국에 돌아와서 교육 전문가들에게 이야기했지만,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20년 전의 일이다. 지금 운동선수들의 재학 시 학교 폭력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는데 따지고 보면 10~20년 전의 일인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학교 폭력이 상당수 있었지만,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학교 폭력이라는 인식이 없었다. 오히려 피해자의 문제로 치부하기가 일쑤였다. 물론 경쟁 사회라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누군가는 사회적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당연시한 풍조에도 책임이 있다. 아무리 그런 시기였다고 해도 교육 전문가인 교사와 특히 아이의 인성이 바르게 형성되도록 해야 할 아이의 보호자인 학부모는 응당 그러한 것을 예방하도록 조치해야 했다.

지금이라도 학교생활 가운데 이러 이러한 행동은 학교 폭력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도록 학생과 학부모가 인식하도록 연대 서명을 하게 하고, 교사들도 다시는 학교 폭력을 수수방관 내지는 방조하는 태도를 불식하도록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만들어야 한다.

교사, 학생, 학부모로 이루어진 학교 구성원들은 교육 환경과 사회에서 낙오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응분의 책임이 있다. 교육부와 시 도의 교육청도 학교 폭력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학교 폭력의 근절을 위한 정밀한 제도 개선을 진정으로 고민하여 다시는 학교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박봉우 주주통신원  pakbw@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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