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소수자 칼럼 - 1부

사진 출처 : 픽사베이(무료사진)
사진 출처 : 픽사베이(무료사진)

현대사회는 다양한 빈곤문제로 시름하고 있다. 독거노인·결식아동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도 현재 우리사회에서 주목해야 할 사례가 하나 있다. 바로 결식대학생 문제다. “가장 고통스러운 건 가난 때문에, 굶지 않기 위해 꿈을 버려야 하는 상황인 거예요.” 대학생 박모씨(22)의 전언이다. 실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주로 지출하는 주거·교육·생활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끼니를 거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빈곤으로 인한 결식학생 문제는 주로 빈국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는 경제성장의 문제가 아닌 자원이 골고루 순환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에서 시작된다. 뉴욕의 경우 2년제 대학의 30%, 4년제 대학의 22%가 결식대학생에 해당된다고 템플 대학의 ‘사라 골드릭-랍’ 교수가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밝혔다. 더불어 대학 교육비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는 반면 가구 소득과 재산은 하향세로 치닫고 있는 추세고, 이러한 굶주림 문제는 학업능력 자체를 훼손하는 동시에 성적 내지 졸업률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한다. 더불어 만성 피로나 주의력 산만을 호소하는 학생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결식에 의한 영양결핍이 문제로 드러나기도 하였다. 이는 한국의 결식대학생들의 상황과도 일맥상통한다. 원인은 역시 교육비 상승과 함께 주거 빈곤의 비중증가로 당장 돈을 아낄 수 있는 결식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 대학가 방 평당 월세는 16만 3천원으로 강남의 타워팰리스 평당 월세 15만 8천원보다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혼자 사는 1인 대학생의 경우 70%가 주거 빈곤층으로서 이러한 계층은 자연스레 결식대학생 문제로 귀결된다. 대학생 박모씨(26)는 생활비 중 30% 이상이 주거비 지출이기에 편의점 김밥으로 저녁을 때우곤 한다. 이러한 실정에서 한 달 평균 식대로 추산된 632,941원을 감당하는 것은 부담이다. 대학생 조모씨(24)는 스스로를 ‘아싸(아웃사이더)’로 규정하며 “단순히 혼자서만 지내는 걸 넘어 돈도 없고 남들과 어울릴 시간도 없는 나 같은 애들을 가리키는 자조적인 용어죠.”라고 밝혔다. 이처럼 주거비·교육비 상승에 의한 생활비 부담은 심화되는 실정이며 이는 결식대학생의 출현을 야기하고 있다. ‘골드릭-랍’ 교수는 “많은 학생이 학업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빈곤을 탈출하지 못해 학업을 마치지 못한다는 것은 비극”이라며 “굶주리는데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대학생 빈곤문제는 주거·교육 등 문제와 결부되어 결식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문제해결은 시원찮기만 하다. 그 원인은 과한 비용부담과 적은 소득이라는 사회·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해결방안으로 제시된 지원·장학 문제 또한 한몫하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결식대학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교육부·대학 차원의 문제의식 부족이다. 이에 당연히 구체적인 해결책을 바라는 것은 요원하다. 더불어 어느 정도의 대학생들이 어떠한 과정에서 빈곤에 의한 결식에 처했는지 자료·통계조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두 번째 문제는 장학제도의 생활적 요소에 대한 고려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장학재단은 학생들의 소득분위를 1~10분위로 환산하여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대부분 대학의 다른 장학금과 이중수혜가 불가능한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교육비 부담은 다소 덜어지는 반면 여전히 생활비·식비문제의 해결을 위한 장학제도는 정작 필요적 수혜대상인 결식대학생들에게서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OO과 학생회장 박모씨(22)는 “장학재단에서 등록금을 지원받는다는 이유로 100만 원 가량의 봉사 장학금을 학교 측으로부터 받지 못했다. 알바를 하면서 학생회 활동도 하는데, 가난한 사람은 그러한 활동도 하지 말라는 건가.”라며 한탄했다.

​이처럼 현대사회의 대학생 빈곤문제는 사회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단편적 지원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그리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선택하는 ‘결식’은 학생들의 생활·학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우리사회가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가 잘못된 사회적 구조와 지원·장학제도의 문제점에서 야기되고 있다는 것을 구성원이 인지해야 하며 구체적인 수요조사와 결식대학생의 입장에서 초점이 맞추어진 입체적인 지원방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교육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결식대학생이 만연하다는 현실을 인식해야만 하는 시점인 것이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  양성숙 편집위원

박정우 주주통신원  justiceloveagain17@naver.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