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 쓰다' 를 모두 6가지로 풀이한다.

1. 글씨를 쓰다, 글을 쓰다, 곡을 쓰다.

2. 모자를 쓰다, 마스크를 쓰다. 안경을 쓰다, 먼지를 쓰다, 우산을 쓰다, 누명을 쓰다.

3. 연장을 쓰다, 인부를 쓰다, 돈을 쓰다, 양초를 쓰다, 억지를 쓰다. 힘을 쓰다, 머리를 쓰다, 서울말을 쓰다

4. 무덤을 쓰다.

5. (윷놀이에서) 말을 쓰다.

6. 맛이 쓰다, 입맛이 쓰다.

 

‘ 쓰다' 가 붙는 말을 찾아보았다. 가나다순으로 정리한다.

가로쓰다, 갈겨쓰다, 갖추쓰다, 꾀쓰다, 날려쓰다, 내려쓰다, 내리쓰다, 눌러쓰다, 당겨쓰다, 덧쓰다, 덮어쓰다, 돌려쓰다, 되쓰다, 뒤어쓰다, 뒤집어쓰다, 둘러쓰다, 들쓰다, 떼쓰다, 막쓰다, 모아쓰다, 무릅쓰다, 받아쓰다, 비껴쓰다, 세로쓰다, 손쓰다, 신경쓰다, 쓰디쓰다, 악쓰다, 애쓰다, 용쓰다, 집어쓰다, 풀어쓰다, 힘쓰다 등 많다.

그 가운데 몇 개는 뜻을 찾아 밝혀 둔다.

•검쓰다 : 맛이 비위에 거슬리도록 몹시 거세고 쓰다, 형용사 마음에 맞지 않아 언짢고 씁쓰레하다.

•넘겨쓰다 : 남의 허물이나 책임을 자기가 뒤집어쓰다.

•모가쓰다 : 윷놀이에서, 말을 모개로 한꺼번에 옮겨 놓다.

•뒤쓰다 : 얼굴이나 몸에 어떤 물건이나 가루, 액체 따위를 마구 덮어쓰다.

•머리악쓰다 : 있는 힘을 다하다.

•못쓰다 : 몸이 축나다, 옳지 않다.

•벌쓰다 : 잘못이 있어 벌을 받다.

•변쓰다 : 암호로 말을 하다.

•패쓰다 : 바둑에서, 패를 만들어 이용하다. 여기에서 ‘ 패(霸)’ 는 으뜸 패, 두목 패 자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할 때 매주 토요일 – 주5일제 수업을 실시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는 금요일 - 1교시는 받아쓰기를 했다. 학년과 무관하게 하다 보니 5~6학년 아이들은 볼멘소리를 했다. 받아쓰기는 대개 1~2학년 때나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띄어쓰기까지 본다고 하자 혀를 내둘렀다. 언제나 1번 문제는 닿소리를 차례대로 쓰되 바르게 읽도록 했다. 한글 닿소리는 쌍자음 5자를 제외하면 모두 14자이다. 이 가운데 우리 아이들을 가장 많이 괴롭혔던 글자는 ‘ ㄱ', ‘ ㅋ', ‘ ㅌ' 이었다. ‘ 기역' 을 ‘ 기억' 으로, ‘ 키읔' 을 ‘ 키옄' 으로, ‘ 티읕' 을 ‘ 티귿' 으로 적는 아이들이 많았다.

또 하나는 ‘ ㅌ' 을 잘못 쓰는 경우가 많았다. 훈민정음 언해(訓民正音諺解)에서 ‘ ㅌ' 은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 ㅌ· ·혀쏘·리·니 呑ㄷ字· ·처 ·펴·아·나 소·리 ··니·라. ”

이를 풀이하면 ‘ ㅌ' 은 혓소리니 ‘ 탄’ 자의 처음을 펴서 나는 소리 같으니라.’ 가 된다. 여기에서 ‘呑' 은 삼킬 탄 자이다. 그런데 ‘ ㅌ' 을 한 일 자(一) 아래 ‘ ㄷ' 자를 띄어서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김영삼 정부 때 4대 국정지표 중 2번과 4번이 그랬다. 그래서 당시엔 ‘경제’나 ‘통일’이 잘 될 턱이 있겠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이와 관련하여 국립국어원 상담실에서는 “훈민정음 당시에는 붙여서 썼다. 하지만 현대 시점에서 글씨체나 디자인에 따라서 달라진다. 한 일 자(一) 아래 ‘ ㄷ' 자를 띄어서 쓰느냐, 붙여서 쓰느냐는 문제는 정해진 바가 없다.” 고 했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다. 시대가 변하면 글자도 바뀌는 게 옳은가? 본바탕을 바꿀 수는 없다. 한글 프로그램상 띄어서 쓰는 것까지 용인한다고 하더라도, 한 일 자(一) 아래 ‘ ㄷ' 자를 띄어서 쓰는 것은 재고해야 할 것이다.

4대 국정지표 중 ‘ ㅌ’ 자를 한 일 자(一) 아래 ‘ ㄷ’ 자를 띄어서 썼다. 그래서 당시엔 ‘ 경제 ’나 ‘ 통일 ’이 잘 될 턱이 있겠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 받아쓰기' 는 ‘ 받아쓰다' 란 말에서 온 명사형이다. 그러나 ‘ 띄어쓰다' 란 말은 없다. ‘ 띄어 쓰다' 가 옳은 표현이다. 한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 띄어쓰기' 는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것이기 때문에 붙여서 쓰도록 규정했다. 이처럼 앞말과 붙여서 쓰는 말로는 ‘ 옮겨쓰기', ‘ 겹쳐쓰기', ‘ 들여쓰기', ‘ 고쳐쓰기' 가 있다. 이를 ‘ 쓰다' 라는 말과 함께 쓸 때는 ‘ 옮겨 쓰다', ‘ 겹쳐 쓰다', ‘ 들여 쓰다', ‘ 고쳐 쓰다' 라고 써야 한다.

며칠 전, 마장프리미엄휴게소(통영 방향) 화장실에서 본 것이다. 입구에서부터 소변기마다 요란하게 붙여 놓았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안다. 그러나 ‘ 한칸 씩 띄어쓰기' 가 아니라, ‘ 한 칸씩 띄어 쓰기' 로 고쳐 써야 한다. 여기에서는 ‘ 한 단어 띄어쓰기’ 의미가 아니라, ‘ 띄어서 사용하다' 는 의미로 쓴 말이기 때문이다. 이 또한 코로나가 빚은 촌극이려니 싶어 쓴웃음이 나오지만, 이래저래 띄어쓰기는 참 어렵다.

‘한 단어 띄어쓰기’ 의미가 아니라, ‘띄어서 사용하다’는 의미로 쓴 말이다. 그래서 ‘한 칸씩 띄어 쓰기’로 고쳐 써야 한다.

 

편집 : 박춘근 객원편집위원(keun728@hanmail.net)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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