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추운 어는 날 퇴근길에 한 남자가 터벅터벅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어디서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어릴 때 즐겨 먹던 붕어빵 냄새였다. 즉시 포장마차로 가서 한 봉지 샀다. 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해 포켓 깊숙이 넣고 집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갔다. 현관에 들어서자 아내에게 뜨끈뜨끈한 붕어빵을 꺼내 주었는데...

포장마차 붕어빵. 줄줄이 늘어서서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이 정겹다.

반응1:

아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반가운 웃음으로 맞이하면서 붕어빵 봉지를 두 손으로 덥석 받는다. 아내는 ‘이게 뭐야! 뿡~어빵이네?’라고 말하며 기뻐한다. 남편의 한 손을 잡고 거실 소파에 앉자마자 게걸스럽게 먹는다.

남편과 같은 향수를 가졌거나 남편을 지극히 존중하고 사랑하는 아내다. 남편이 ‘ 그렇게도 맛있어? 다음엔 더 맛난 것 사올께’라며 웃는다. 사실 붕어빵이 맛나야 얼마나 맛있겠는가?

반응2:

덤덤하게 맞이하면서 ‘수고했어요.’라 말하고 붕어빵 봉지를 살며시 받는다. 별다른 반응 없이 붕어빵 봉지를 거실 소파 탁자에 던지듯 올려놓고 부엌으로 향한다. 조금 후에 거실로 나오더니 붕어빵 하나를 꺼내 반쯤 먹다가 나머지는 부엌 싱크대 위에 놓으면서 ‘부드럽고 맛난 케이크를 사왔으면 좋았을 텐데... 저이는 나를 너무 몰라’ 라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남편은 그저 그런 아내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다음에는 뭘 사오지?’하고 생각한다. 남편을 존중하는 아내지만 의례적일 뿐이고 애틋한 사랑은 없는 것 같다.

반응3:

남편을 맞이하면서 손에 든 붕어빵 봉지를 보고 시큰둥하고 받지도 않고 곧장 안으로 휙 들어간다. 그리곤 작은 목소리로 ‘뭐 이런 걸 다 사왔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아직도 모른가 봐... 흥’하고 냉한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간다. 한참 후에 나오더니 붕어빵 봉지를 주방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린다.

남편이 이 사실을 안다면 어떻겠는가? 다시는 아무것도 사오지 않을 것이다. 남편을 존중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 것 같다. 단정할 수 없지만 무늬만 부부일까? 그래도 아내를 위해 사온 것인데 씁쓸하다.

여러분은 어떤 반응에 해당하십니까? 잠시 웃습니다.

편집: 김태평 편집위원

김태평 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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