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수지구청역 부근의 집근처 공원에 가보면, 때때로 초라한 모습으로 노숙하시는 분이나 연세 지긋한 분들이 벤치에 앉아 초점잃은 눈으로 표정없이 무기력하게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때마다, 저분들에게 힘내시라는 위로의 말이라도 하고 싶지만, 혹시라도 오해하실까 저어하여 그냥 안타깝게 지나치곤 하였다.

그러다가, 어쭙잖은 말보다는 글로 전달하는게 좋을것 같아, 호두나 캐슈너트
1일 견과'10개 정도 구입하여 위로되는 문안을 인쇄하여 붙여보았다. 그리고 지난 주 목요일에 수지천변을 산책하다가 앞에 가시는 허름한 옷을 입고 연세가 많이 드신 남자 노인분이 지척지척 걸어가시기에, 용기를 내어 "이것 드시고 힘내세요."라고 말하고 손에다 견과류 봉지를 건네드리고는 얼른 샛길로 나와 윗쪽 도로변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는, 혹시 저분이 불쾌하게 여기고 견과류를 집어던지지나 않을까하여 슬쩍 아래 천변길을 보니, 그분은 천천히 걸으며 견과류봉지에 붙여진 글을 읽고 있는것 같았다. 그러면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갑자기 사라진 나를 찾는것 같았다. 나는 그냥 시치미 뚝떼고 마스크를 쓴채로 길가는 행인인 양 걸으며 곁눈질로 슬쩍보니, 그분은 견과류를 자꾸 들여다 보며 갈길을 가고 있었다.

나는 괜히 죄 지은것처럼 조마조마한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일말의 진심이 전해진 것도 같아 마음 한켠엔 안도감도 들었다. 아~, 어서 '코로나19'가 사라져서 마스크없이 정겨운 눈인사라도 나누는 그런 시절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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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편집위원

허익배 편집위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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