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꽃이 필요했다. 정확히 말하면 냉이 열매가 많이 달린 꽃줄기가 필요했다. 냉이딸랑이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를 구하기 위해 지난해 부치던 밭으로 가는 길이었다.

자유로마트 앞에서 신호 대기 중이었다. 그제서야 차 안에 거미가 있는 걸 알았다. 보조석 앞 공중에 집을 짓고 웅크리고 있었다. 고놈도 날 보고 놀랐는지 어지럽게 움직였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옆에 있던 물병으로 고놈을 집째 휘어감았다. 솔직히 그냥 손으로 낚아챌 만한 용기는 없었다.

요리 빼고 조리 빼며 도망 다니던 녀석이 별수 없이 물병에 감겼다. 얼른 창문을 열고 밖으로 떨어냈다. 안 떨어지려고 앙탈을 부렸다. 네깐 놈이 하면서 거세게 내치니 보이지 않는다. 아내처럼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몇 번을 확인했다. 뒤차에서 경적을 울렸다. 부랴부랴 출발했다.

 

 

며칠 전에 열병합발전소 뒤쪽 화원에서, 아내는 양()골담초(금작화. 유통명 '애니시다'는 일본식 명칭임)와 캔디제라늄을 샀다. 그날 집에 오면서 무슨 거미 어쩌고 하는데, 그냥 건성으로 흘려들었다. 그저께 외출하다가 거미줄 한 올을 발견했다. 난 운전 중이었는데 용감한(?) 아내가 내 모자를 벗기더니 거미랑 실랑이했다. 한동안 역사처럼 무슨 기합을 넣더니 서너 차례 비명을 질러댔다. 창밖으로 모자를 탈탈 털어내더니 이내 한숨을 쉰다. 모자를 뒤집어서 샅샅이 살펴보고 다시 씌워 준다. 환갑이 지났어도 여전히 앳되다. 의기양양한 얼굴로 마치 어때, 잘했지? 거미 정도는 내가 해결한다구.’라고 말하는 것처럼 살갑게 웃는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근데 오늘 아침 거미를 발견한 거다.

어쩌면 고놈이 지금쯤 내 차 안에 둥지를 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직도 차 바닥 어디쯤 골방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일 아침 일찍 문안을 하러 갈까? 진득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1~2분만 참았으면 밭에다 안전하게 방사했을 텐데…….

 

편집 :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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