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졌다. 일부의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콘크리트 지지층이 깨지기 시작하는 징후라고도 볼 수 있다. 지지층이 깨지고 있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부패와 무능과 위선이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부패했고 무능했으며 위선적인가?

문재인 정부는  역대 그 어느 진보 정부 보다 더 유리한 환경에 처해있었다. 총선에서 압승했으며 여당과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 독선과 부패와 무능으로 이어질 독소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총선에서 압승한 그 당시에는 미처 몰랐을 것이다.

먼저 진보 정부가 권력을 잡았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개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권력은 그 자체로 부패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진보 정부는 부패의 DNA가 없다'는 말은 일견 일리가 있으나 그것이 모든 것을 대변해주지는 못한다. 진보 정부가 얼마나 훌륭한 가치를 내세우고 있든지간에 정책을 집행하고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가 지향하는 이념과는 무관하게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 기관애 근무하는 자들의 개인적인 도덕성은 진보 정부가 내세우는 가치와는 동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권력을 잡은 바로 그 순간부터 부패와 권력 남용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는 진보 정부라고 하여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진보 정부가 내세우는 가치는 그 목적이 아무리 좋다 해도 그 수단과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국민의 기대만 한껏 높여놓고 실제적인 정책은 그에 못 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럴 경우  중도층은 물론이고 진보적 지지층에게 급격히 실망과 배신을 안겨주게 된다. 이를테면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하였지만 아파트 가격폭등으로 인해 서민들과 젊은이들을 울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특히 젊은 층의 좌절감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크고 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셋째, 진보 정부에서 자행되는 권력 남용이나 부패적  양상이 보수 정부와 비교하면 그리 크지 않다는 자부심은 과연 국민에서 먹히는 변명일까. 문재인 정부는 그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 진보 정부는 보수 정부의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걸었기 떄문에 국민들 또한 그런 관점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진보 정부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보수 정부보다 권력 남용이나 부패의 강도가 약하다는 변명은 중도층은 물론이고 진보적 계층에게도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 변명이야말로 내로남불이나 위선으로 비칠 소지가 많다. 선을 추구하지만 완전한 선이 못되는 진보정부의 한계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죄하는 모습이 차라리 더 나을  것이다.

위 세 가지를 종합해보면 문재인 정부가 왜 국민 앞에 무능과 부패와 위선으로 보이게 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에 대해 여러가지 변명과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자신들은 진보적 가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으며 일부의 권력 남용이나 부패 또한 문재인 정부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29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열린 준공 기념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출처 : 한겨레 신문 <20대 이탈 가속…문 대통령 지지율 30%마저 붕괴>​​
문재인 대통령이 4월29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열린 준공 기념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출처 : 한겨레 신문 <20대 이탈 가속…문 대통령 지지율 30%마저 붕괴>​​

문재인 정부의 항변이 왜 잘못되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보수 정부와 진보 정부가 집권했을 때의 차이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보수 정부는 애초에 경제성장을 앞세우기 떄문에 부패나 권력 남용 조차도 경제발전이라는 대세(?)에 큰 걸림돌이 아니라면 대충 묻어가게 된다. 웬만한 부패가 아니면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한다. 수구적인 언론도 그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경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라면 재벌들의 죄는 법원  판결과는 무관하게 언제든 용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다가 은밀하게 자행되던 부패의 정도가 심해지고 권력 말기에 그 부패의 일각이 드러나면서 보수 정부는 무덤 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으로 치닫게 된다.

둘째, 반면에 진보 정부는 보수 정부의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걸었기 때문에 약간의 부패에 대해서도 수구 언론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청와대 비서관들의 비리는 말할 나위도 없고, 조국 사태를 바라보는 진보 내부의 갈등도 그에서 비롯된다. 교수들이라면 자녀를 위해 그 정도는 다 하고 있다는 변명은 보수 정부에서라면 몰라도 진보 정부에서는 통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 사실을 억울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젊은 층의 시각에서 보면 답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젊은 계층은 그런 특혜를 받지 못했기에 젊은 층의 반발은 더욱 거셌다. 집권여당은 정치적인 논리로 대응하기에 바빴고 윤석열을 비난하는 데 급급했을뿐 젊은이들이 느꼈을 상실감에 대해서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수십년 간의 보수 정권 통치 아래에서 관행이라는 미명하게 자행되던 온갖 부패와 특권 특혜들이 역대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서 개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진보의 전통이자 자부심이 아니었던가. 조국을 둘러싼 진보 내부의 갈등은 내로남불과 위선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셋째, 진보정부가 지향하는 가치는 진보층이나 서민들을 단번에 만족시키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이상은 높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렇다고 보수 계층이나 수구언론만을 탓하는 것은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권력은 그런 난제와 난관들을 극복하라고 주어진 것이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안 좋다면 바로 그것이 무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정치는 현실이고 현실은 결과를 두고 판단한다. 잘 해보려다가 그렇게 되었다는 것은 무능한 정부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이렇듯 기대와 현실 속에서 진보 정부를 지지하던 국민이 그 결과에 실망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은 게 진보 정부가 처한 운명이라면 운명일 것이다.  진보 정부는 중도층의 눈치를 보느라 핵심지지층의 가치를 도외시하는 정책을 펴기도 하고, 이와 반대로 지지층의 눈치를 보느라 중도층의 반감을 사는 정책을 펴기도 한다. 진보적 지지층과 중도층의 접점을 찾아 그에 맞는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데 어정쩡한 정책을 시행하다가 오히려 양쪽으로부터 다 외면당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보수 정부가 경제성장과 발전을 앞세우다가 부패로 망한다면, 진보 정부는 적페 청산을 앞세우다가 무능과 위선으로 망하게 된다. 거기에 약간의 부패가 곁들인다면 보수 정부와 다를 게 없다는 실망까지 더하게  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역대 진보 정부 시절에 경제는 오히려 좋았다. 보수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발전과 성장이 진보 정부에서 더 성과를 낸다는 역설적인 현상은 논외로 치자. 진보 정부는 삶의 질과 정의 그리고 경제적 평등을 앞세우고 있기에 경제적 성장은 진보 정부의 성과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보수정권들은 재벌과의 유착을 당연시하여 대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진보정권들은 재벌과의 유착을 범죄시하고 멀리했기 때문에 대기업의 자유로운 성장을 지원하게 된 측면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해야 할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비록 국민의힘 측에 있었고 '정치기술자'라는 평가를 듣기는 하지만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는 국민의힘 당에서 해왔던 태극기 집회 정치를 철저히 외면하고 당의 외연 확장과 중도층의 지지기반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국민의힘 당 답지않게 광주를 몇 번이고 찾아가 5.18묘역을 참배하기도 했다.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위선적 행태일지도 모르지만 광주 시민들은 그 모습을 위선이라고 몰아세우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그에게 '정치 테크노크라트'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어쩔수 없다하더라도 그가 보여준 행태로 인해 4.7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는 문제인 정부와 민주당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향후 핵심지지층에 의존하기보다는 중도층과 젊은 층을 향한 일관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문재인과 민주당의 지지율에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앞으로의 국정 방향을 재설정하여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 아젠다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무능과 위선, 부패의 딱지는 떼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그래야 다음 해에 치러질 대선에서 약간의 희망이라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별이 밤에 빛나는 것은 어둠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처한 위태로운 정치적 어둠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짝이는 별이 있어야 한다. 지금 그 별빛이 빛을 잃고 사라져가고 있는 듯 보인다. 레임덕에 빠진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이고 새로 선출된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그 별빛을 살려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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