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자의 자리에서 가장 절실한 통일의 노래를 모두 함께 부르자

*외세에 기댄 채 세월만 허송하는 남북관계를 살피다 지쳐 글 쓰는 사람으로서 해야할 일을 더욱 더 절실하게 해야겠다 다짐하는 날들입니다. 정치인들은 정치의 영역에서 또 다른 우리는 각자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통일의 노래를 더욱 거칠고 절실하게 불러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삼천리 통일 공화국으로 가는 길


김형효

깊고 깊은 밤을 가르고 온 새벽녘
짙은 어둠 속에 한 아이가 태어나 울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하나 둘 커가는 땅
그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한 살 아이가 되고 두세 살 먹은 아이가 되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났다.
청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어른이 되어서도
불구인 조국을 모르고 살며 앞서간 사람들만 바라보았다.
그 아이들은 그렇게 늙어가는 조국을 보았다.

점 하나를 찍고 선 하나를 긋고
동그랗게 원을 그리는 놀이를 하다가
어느 날 한라산과 백두산을 알았다.
그리고는 입을 닫았다.
백두대간이 뻗쳐 내리는 땅 위에서 그들은 주인이 되어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안녕을 묻던 윗마을 할아버지께서 
굽은 허리를 펴시더니 점 하나를 찍고 
안녕을 묻던 아랫마을 할머니께서는 
주름진 치마를 펼치시며 선 하나를 긋는다.
거기 삼천리 통일 공화국이 있었다.

오래된 것 없이 항상 어제처럼 
주렁주렁 가시가 달린 철조망을 바라보다 잠든 나는
오래된 옛노래를 들으면서 고즈넉하게 
편히 잠든 이슬 맺힌 달팽이를 보면서 운다.

삼팔선을 두고 윗마을 아랫마을 오가던 사람들이 살던 
전설의 나라에서 온 늙으신 할아버지께서
삼팔선을 두고 저 멀리 백두산 기슭을 지금처럼 
멀고 먼 곳이라 생각하지 않고 살아온 
늙으신 할머니를 그린다.
그렇게 세상의 모든 국경선에는 슬픔이 맺히고 눈물이 강처럼 흐른다.

사진은 백두산 산행 때 중국 동포사진작가에게서 직접 받은 파일임
사진은 백두산 산행 때 중국 동포사진작가에게서 직접 받은 파일임

나는 잠꼬대처럼 병든 조국을 치료하자고 외친다.
나는 잠꼬대처럼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고 외친다.
나는 잠꼬대처럼 통일 조국을 외친다.
그래야 살 수 있어서다.
나는 잠꼬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외쳐온 수많은 통일 조국의 외침을 보고 흘러간 세월이 무심하다.

그래 하는 수 없이 넓고 넓은 광장을 찾아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삼팔선이라고 쓰고 휴전선이라 쓰고 
분단선이라 쓰고 비무장지대라 쓰고
지우고 짓밟고 빗자루를 들고 쓸었다가 
흰 페인트를 칠하고 붉은 페인트를 칠하고
그래도 안 되어서 온몸을 굴러 조국은 하나라며 울부짖다 해 넘어간 날

흰 눈이 내린다.
내리는 눈을 밟고 걷고, 걷고 또 걸어가 
나 태어난 세월 1965년 겨울 날을 지나 
1970년 봄 여름 가을 겨울 1980년 봄 여름 가을 겨울
1990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렇게 2000년 봄 여름 가을 겨울
오늘은 2020년 여름 지나고 가을이 지나고 있다,

나 거기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는 조국의 하늘 
부끄러워 울어도 우는 것이 아니고
울어도 눈물이 없이 마른 눈을 부비며 
내 할아버지 내 할머니 눈물의 족적을 떠올려
100년 전에도 200년 전에도 우리가 우러르던 
우리의 한울님이 하나로 맺어준 삼천리 금수강산 
대대로 살아온 나라 팔도강산의 메아리 소리도 지금은 없다.

아! 우리 함께 단군왕검의 하늘, 주몽의 하늘, 광개토대왕의 하늘을 찾아가자.
그 하늘 아래 없는 분단선, 그 하늘 아래 없는 휴전선 
그 하늘 아래 없는 삼팔선에서 너도나도 서로 어깨 걸어 보자. 
반도가 아닌 대륙에서부터 시작한 우리의 기상 
백두산 흑풍구에 세찬 바람을 몰고 와 너도나도 깨우리라.
그렇게 우리가 하나였던 지울 수 없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삼천리 공화국이 있다. 

백두산 천지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던 길에 장백폭포를 배경으로 필자
백두산 천지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던 길에 장백폭포를 배경으로 필자

윗마을 할아버지께서 오늘은 굽은 허리를 펴시더니 
오늘은 백의를 입은 신선처럼 백두 아리랑을 부르시며 
오래전 점 찍어둔 그림을 지우신다.
아랫마을 할머니께서는 오늘은 주름진 치마를 펼치시며 
오늘은 백의를 입은 신선처럼 한라 아리랑을 부르시며 
오래전 선 그어놓았던 그림을 지우신다.
그리고는 두 분이 서로 만나 덩실덩실 어울렁더울렁 어깨춤을 추신다.
함께 부르는 아리랑 통일 아리랑
함께 부르는 아리랑 통일 아리랑
점 하나 지우고 선 하나 지우고 
그렇게 깊은 어둠을 따라 붉은 횃불이 된 
점 하나, 선 하나가 되어 분단선을 태우고 휴전선을 태우자.
거기 삼천리 통일 공화국이 백두에서 한라로 뻗쳐 불끈 하나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tiger3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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