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시 반>을 아십니까?

<바보 시 반>을 아십니까?

시 창작교실 <바보시반>이 종로 통일빌딩에서 지난해부터 개설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촛불시민 혁명의 주역들의 사랑방으로 <문화공간.온>에서 개설한 문학 강좌로 필자, 김자현이 이끌고 있다. 2020년, 새해 벽두부터 시작되었으나 바로 역병이 시작되어 드문드문 띄엄띄엄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 정국과 또한 <문화공간. 온> 내부 사태로 휘청하는 순간이 있었으나 참가한 회원 선생님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시와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이라는 애초의 간판이 <바보시반>으로 이름을 바꾸는 동안 참가 선생님들의 실력이 약 1년여 만에 일취월장하여 흥분을 감출 수 없는 시점이다. 선생으로서 이분들의 창작열을 고무 고취하고 또한 바보시반 안에서만 감상하기란 너무 훌륭한 작품들이 시의적절하게 태어나 시민사회와 함께 공유하고 알려야 하겠기에 <한겨레. 온> 할레에 공개하기로 한다.

 

그해 오월 /정 주

 

수수꽃다리 향이 유난히 짙었던 그해 오월!

 

남도 땅 광주로 들어가는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광주 시민들만 남기고

외부인들 출입은 차단되었다

권력이 신군부의 사물함으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젖은 짚단에서 먼지만 풀풀 날리는데

자갈무더기에서 나무가 자라겠는가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며 절망했다

그해 오월, 그들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갈무더기 한쪽에서 새싹이 자라고 있는 것을

어린 새싹이 마침내

아스팔트를 뚫고 나오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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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해설 (김자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올해의 5월도 다 가고 있다.

일찍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설파했던 T.S 엘리엇의 시의 한 구절처럼

우리의 5월은 잔인하다 못해 처참했다. 그렇다고 4월이 멀쩡했는가!

봄은 왔다지만 4월이 와도 5월이 가도 대한민국의 봄은 아직 멀었다.

잊으려 해야 잊을 수 없고 끝나지 않은 그해 오월은

대한민국 국민의 집단 무의식 절대의 영토를 점령하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그해 오월!”은

올해 41주년이 되는 5.18 민주항쟁의 역사를 풍자로써 고발하고 있다.

최근 차기에 나온다는 대선주자들이

5.18정신을 희화화하며

우리의 집단 무의식이 속히 지워지기를 염원하고 있는 이때

우리 <바보시반>에서 5월이 가기 전에 위와 같은 시가 탄생하여

시반에서만 감상하기에는 시의성이 너무 풍부, 한겨레:온에 올려

국민 모두가 함께 감상하는 기회를 가져 본다.

각계 각 층 다양한 분들의 문학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본 강좌는

시 창작을 주로 하고 있지만 문학의 거의 전 장르에 입문이 가능하다.

그간 고단한 인생의 강을 건너오는 동안 타고 난 문학 소년 소녀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상상력의 고취를 통한 창의성의 발현 등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는 동안

먼저 소개했던 조진호 님의

“그 시절 그 신발을 아십니까?”에 이어 위와 같은 명시가 탄생하고 있다.

 

시퍼렇게 멍이 든 기억도 세월이라는 절대 기제를 통해 추억이라는 곡간으로 거처를 옮기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라는 비바람에 시달리고 시달려도

추억이라는 의상으로 갈아입을 수 없는 <그해 오월!>로

흐려져 가는 국민적 기억을 생생하게 소환하신 필명 정 주님께 감사드리며.....

또한 <바보시반> 시 창작 교실은 <문화공간. 온>에서 운영하는 사랑방 프로그램 중 하나로 매주 금요일 6시 30분에 시작하여 8시에 끝나는 문학 강좌이다. 전국의 문학지망생들은 누구든 오셔서 돈이 들지 않는 시인되기, 돈이 들지 않는 문학 하기, 수준 높은 작품의 산실에 함께 하시기를 요청해 본다.                                             

                                                                                         2021년 5월 29일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승원 주주통신원  heaj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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