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취미인가? 천직인가?]

가족들이 나에게는 고급 취미가 있다고 한다. 사실 나는 취미라고 생각하지 않고 천직으로 삼은 일을 해온 것이지만, 가족들은 돈이 안 되는 일이니 취미생활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발명 특허를 내는 것이 그것인데, 특허로 대박 났다는 사람도 있을 텐데 아직 그런 대박은 내 인생에 오지 않았다. 다만, 수제화 장인으로서 더 좋은 구두를 제작하고 싶은 열정이 새롭고 진보적인 것들을 발견하는 기쁨으로 이어졌다. 그 기쁨이 동력이 되어 더 나은 기술을 연구하고 확장시켜 나가면서 자연스레 특허로 이어졌다. 물론, 하나의 특허가 나오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나에게는 그만큼 가치가 있었다.

[한 우물을 판 결과]

요즘 시대는 한 우물을 파서는 먹고살기 힘든 시대라지만, 그래도 수제화라는 한 우물을 파는 내게 최근 기쁜 소식 중의 하나는 그간 10년 가까이 준비해온 특허기술이 제화업계에서 진보적인 제품으로 인식되고 경제적으로도 가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간 나는 특허 출원 시도마다 번번이 실패하거나 출원하여 등록까지 이어져도 상용화시키지 못하여 특허증만 남는 기술도 있었는데 이번 특허는 다행히 현실적인 결과물이 생기게 되어, 가족에게도 특허가 취미가 아닌 나의 일임을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2020년에 등록된 특허 : 필자의 특허 중 가장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었음
2020년에 등록된 특허 : 필자의 특허 중 가장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었음

[상용화되는 특허 기술]

해당 특허기술은 딸이 내게 결혼할 사람을 소개해주었던 해인 2012년부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특허 준비를 위해 딸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그간 나의 특허들이 비용만 많이 들고 특허증 외에는 달리 남긴 것이 없어 이에 피로도가 쌓인 딸은 손사래를 쳤다. 대신 결혼을 앞두고 인사를 왔던 지금의 사위가 그때 당시 미래의 장인어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도와주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주어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특허가 4번의 출원 실패를 거듭하게 될지 그때 사위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특허 사무실에 왔다 갔다 하고 컴퓨터 업무 등 갖은 심부름을 도맡아 해주던 사위도 어느새 지치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결국, 사위도 지쳐서 나중에는 혼자서 더디게 특허 연구를 계속하게 되었다. 그래도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것인지 5번의 시도 끝에 특허 등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허기술로 제작된 아대와 아대 생산을 위한 금형(금속으로된 틀)
특허기술로 제작된 아대와 아대 생산을 위한 금형(금속으로된 틀)

[손익분기점]

그리고 이제는 특허 제품이 생산되어서 제조 업체에 거래되고 있다. 아마도 딸은 지금의 결과가 나오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이 특허의 시작은 정말 미약했고, 그때 나의 평판으로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주의자의 반복되는 실패작 중 하나라고 충분히 생각했을 만도 하니까 말이다. 아마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독자라면, 그래서 이 특허로 얼마를 벌게 되었나 궁금할 거다. 언제쯤 손익분기점을 넘기느냐는 우리 가족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다. 정확한 금액은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알겠지만, 나의 개인적인 손익분기점은 이미 넘겼다. 이 제품이 상용화가 되어 구두로 만들어져서 사람들에게 전해진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다.

[기존 중창의 문제점]

진보적인 가치를 지니고 특허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을 때, 그것이 가지고 오는 여러 가지 변화들이 있다. 우선 해당 특허는 기존의 허리쇠가 있는 중창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보완하면서 친환경 소재에다 가격도 경쟁력이 있다. 보통 사람들이 구두를 신으면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구두 바닥 안쪽에 발을 지지해주는 중창이라는 소재가 들어있다. 강화된 종이로 제작되고 뒷부분에는 일자 모양의 쇠가 있어서 단단하게 지탱해준다. 그런데 습기를 머금으면 흐물흐물해져 견고성이 떨어지게 되며 오랜 시간 착화 후에는 구두 힐 자리에 유격이 생겨 내구성이 떨어진다. 이런 현상은 높은 힐의 구두를 신을수록 가속화된다. 힐이 높으면 그만큼 압력도 세지기 때문에 하이힐의 수명이 일반 구두보다 더 짧은 이유다. 중창에 문제가 생기면 발을 지지해주는 부분이 약해져 자칫 발목을 삐게 되거나 하는 등 부상의 위험도 생기게 된다.

왼쪽: 여성용 중창, 오른쪽: 남성용 중창(중창 하나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허리쇠가 보이도록 함)
왼쪽: 여성용 중창, 오른쪽: 남성용 중창(중창 하나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허리쇠가 보이도록 함)

[특허 기술이 가져올 변화]

이 특허 중창은 기존의 중창과 비교해서 습기에 강한 소재로 제작되어 내구성이 월등하게 높고 허리쇠가 따로 들어가는 구조가 아니므로 지지대가 파손될 염려가 없다. 또한, 차후 힐을 교체하는 등의 수선작업을 한다고 해도 중창의 견고성이 훼손되지 않아 안정감 있는 보행이 가능하다. 특별히 금속 검사로 검품 작업을 할 때 기존의 구두가 허리쇠 때문에 검사할 수 없었던 힐까지 검사할 수 있다. 가격 역시 경쟁력이 있어서 구두를 제작하는 곳이라면 진보적이고 친환경적인 자재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협력 업체들로부터 반응이 좋아 점점 특허 제품을 찾는 이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의 투자가 조금씩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서, 실질적으로도 돈이 된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머지않아 객관적인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안정적인 재원으로 자리 잡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허 제품으로 더 나은 구두를 신게 될 소비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왼쪽: 특허 기술로 제작된 아대, 오른쪽: 특허 중창 완제품
왼쪽: 특허 기술로 제작된 아대, 오른쪽: 특허 중창 완제품

[특허, 실용신안 및 시도]

▲ 2003년 특허 등록 10-2003-0034395 신발창, 샌들 및 샌들 제조방법

▲ 2003년 실용신안 등록 20-2003-0016809 신발창 및 그 구두창을 포함하는 샌들

▲ 2006년 특허 등록 10-2006-0010210 구두 안창

▲ 2007년 특허 등록 10-2007-0053489 신발용 중창 및 허리쇠

▲ 2012년 특허 취하 10-2012-0122490 구두 조립 중창

▲ 2013년 특허 거절 10-2013-0065739 발바닥 측면 접촉 부재가 부착된 구두 조립 중창

▲ 2014년 특허 거절 10-2014-0154397 하이힐용 중창

▲ 2017년 실용신안 거절 20-2017-0004609 신발 안창

▲ 2020년 특허 무효 10-2020-0007767 신발 중창 및 그 제조방법

▲ 2020년 특허 등록 10-2020-0007805 신발 중창 및 그 제조방법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박광한 주주통신원  myshoemak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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