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식사

어제 오후에 친구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녁에 괜찮으면 짜장면을 먹자고 합니다.

‘웬 짜장면?’

하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지난 금요일 아침, 생일을 맞은 친구한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감기는 좀 어때? 괜찮으면 저녁에 짜장면 먹을까?’

하고 말입니다.

 

이것은 5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때는 삼총사라는 게 무척 유행했습니다. 기사 다르타냥을 중심으로 한 삼총사가 유명했지만, 세계 3대 OO라는 게 무척 많았지요. 초등학생 시절에 나도 삼총사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셋이 놀기도 많이 놀았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면서 우정을 쌓았습니다. 그때 삼총사 중 어느 한 명이라도 생일이 되면, 어머니들이 학교에 오셔서 점심시간에 학교 밖으로 불러냈습니다. 물론 선생님들의 양해를 얻은 일이었지요. 그럼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면서 학교 정문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날은 특별한 날. 짜장면을 먹는 날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흔해졌지만 그땐 최고의 음식. 1년에 딱 세 번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몇 달을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짜장면. 혹시라도 친구가 건드릴까 싶어서 후루룩 쩝쩝. 짜장면 그릇에 코를 박고 목이 메지도록 먹었지요. 그것도 곱빼기로 말입니다.

 

감기로 한 달 이상 고생이라는 말을 듣고, 안부를 묻다가 ‘짜장면 먹을까?’ 했더니 그 말을 기억해두었던 모양입니다. 친구는 경기 남부인 안산에서, 나는 경기 북부인 고양에서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우리는 그날 오후 7시 30분에 충무로전철역 4번 출구에서 만났습니다.

 

둘이서 중국 음식점으로 갔습니다. 평소라면 고량주와 안주거리도 주문했을 테지만 딱 짜장면 한 그릇씩. 이제는 곱빼기가 부담스러워서 일반 짜장으로 주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릴 때 이야기를 꺼내면서 추억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커피를 마실까 하다가 그것도 그만두었습니다. 대신 근처에 있는 남산 한옥마을로 가서 촌놈 티를 내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을까? 짜장면을 먹을 때만 해도 어른이 된다는 건 상상조차 못했는데.......”

친구의 아들 결혼식이 딱 한 달 남았습니다.

 

 

편집 :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오성근 주주통신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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