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항의 여명
완도항의 여명

 

나는 아들이 하나 밖에 없는데 손자마저도 하나이다손녀도 하나 있는데....,
그래서 좀 아쉬움이 있었다.

할아버지의 욕심인가?
요즘 세상에 아들을 선호한 사람이 나 뿐일까?

그래서 귀하게 키웠다.
할머니가 둘이니 귀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제 어미(며느리)가 아들을 나무라면 증조할머니께서 야단을 치니, 자식에게 하는 말이라도 조심스럽게 하고 또 시할머니 눈치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며느리는 아이들에게 말도 크게 못하면서 지냈다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결코 잘한 일은 아니었다.

하나밖에 없는 손자 녀석이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매일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때쯤이면 할아버지에게 걸려오는 전화, '할아버지 저 좀 데리러 오시면 안 되느냐'고 말을 한다.

그런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그때마다 차를 타고 손자를 데리러 간다날마다 그것이 일과처럼 되어있었다. 그래도 싫은 것이 아니라 그냥 귀엽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때부터인지 금새 알 수 있는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처음에는 모른 척 넘어 갔는데 자꾸만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몇 차례 그러면 안 된다고 타일러 보았는데도 계속된 거짓말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 생각한 것이 손자에게 편지 형태의 글을 썼다.

한번 거짓말을 하면 그것을 참말로 만들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것이 계속되면 주변에 친구들이 멀리하여 외톨이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제 방에다 놓았더니 한번 읽고 버릴 줄 알았는데 제 어머니의 말을 들어보니 읽고 또 읽기를 몇 번을 하더라고 했다.

그 이후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만약 그때 심한 말을 했다면 오히려 반발하여 말을 듣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던 녀석이 이제 군을 다녀와서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제 말수가 너무 없어서 또 걱정 아닌 걱정이 된다.

이제 손자의 나이가 스물여섯이니 제일 제가 알아서 할 나이지만 할아버지의 눈에는 어린애로만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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