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와 백로
까마귀와 백로

옛 부터 까마귀와 백로의 깃털 색깔로 정 반대되는 흑백(黑白)논리로 비유되어 사용되기도 하고, 까마귀의 습성을 파악하여 반포보은(反哺報恩)을 노래하기도 했다.

우리민족은 태양신을 숭배하는 백의(白衣)민족의 정신과 도덕적 범주인 예의범절을 지키는 동방의 예의지국으로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지키는 선비적이고 군자적인 생활을 추구하였기에 이에 어긋나는 자를 처단하는 풍조가 있었으나, 그들을 소탕하기에는 쉽지 않는 일로 보여 지기도 한다.

사리사욕을 충족코자하는 독버섯으로 물들기는 쉬우나 정도(正導)와 정직(正直)으로 가는 길은 물욕과 권력을 탐내지 않는 깊은 수양과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히에로그리프(성각문자)에서 백로의 형태는 <아침>을 나타내며, 일출을 최초로 맞이하는 새로 생각되었다. 또한 백로는 오시리스의 심장에서 날아온 것이라고도 하며, 그 때문에 재생의 상징인 피닉스와 혼동되는 경우도 있다. 한편, 북구신화에서는 미래의 일을 알면서도 침묵을 지키는 여신 프리그가 관에 백로의 깃털을 꽂고 있었기 때문에, 이 새가 침묵의 상징이 되었다.’ 고도한다. [네이버 지식백과]백로  

우리는 까마귀는 흉조(凶鳥)요, 백로는 길조(吉鳥)라고 생각했다. 다음 시조를 보면, 까마귀는 속까지 더럽고 음흉한 악의 상징으로 그려져 있다.

조선시대 광해군 시절 조정은 정쟁으로 매우 어지러웠다. 이 때  선우당 이 씨가 동생이 조정에서 벼슬을 하는 것을 말리며 지은 시조로,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희고 흰 것에 검은 때 묻힐세라
진실로 검은 때 묻히면 씻을 길이 없으리라.

정몽주가 이성계를 문병 가던 날에 팔순의 노모가 꿈이 흉(凶)하여 가지 말라며 부르는 노래다.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낸 까마귀들이 너의 흰빛을 시샘하나니
맑은 물에 깨끗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결국 이 말을 듣지 않았던 정몽주는 돌아오는 길에 선죽교에서 이방원의 자객에게 피살되었다.

그런데 까마귀에 대한 다른 의미가 있는 시조가 있다.
고려에서 조선 개국 공신이 된 이직(李稷)의 시조다.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아마도 겉 희고 속 검은 것은 너 뿐인가 하노라

이 시조에서는 구차하게 연명하면서 남을 비방하는 무리를 비유적으로 힐책하고 있으며, 작자 자신의 결백을 변호하고 있다.

조선 후기 시인 박효관(朴孝寬)은 <교훈가(敎訓歌)>란 시조에서 이렇게 노래하였다.

그 누가 가마귀를 검고 흉하다 했는가
반포보은(反哺報恩)이 이 아니 아름다운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퍼하노라

이렇게 보면 ‘까마귀야말로 겉은 검어도 속은 흰 새다. 겉으로는 흰 체하면서 속은 검다 못해 시커먼 인간보다 훨씬 낫다.’는 의미다.

까마귀를 한자어로는 자오(慈烏:은혜를 갚음할 줄 아는 새)가 표준이고, 오(烏)·자아(慈鴉:사랑 할 줄 아는 까마귀) ·효조(孝鳥:부모를 봉양 할 줄 아는 새) ·한아(寒鴉:까마귓과의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노아(老鴉)·오아(烏鴉)라고도 하였다.

특히 까마귀 습성으로, 새끼가 자라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새라 하여 반포조(反哺鳥)라고 한다. 반포(反哺)는 받아먹은 것을 되돌려 갚는다는 말이다.

백로는 그 깃털이 희기에 깨끗함을 비유하여 청렴한 선비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동물학적 성질로 보면 성질이 매우 사나운 새로 기록하고 있다.
 
겉으론 군자인 체 하면서도 실제는 그렇지 못한 인간들, 겉으론 우국지사(憂國之士)인 듯하면서도 속은 그렇지 못한 위선자들을 까마귀와 백로로 비교하여 풍자하고 있다. 이런 풍자적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하리라 본다.

호사유피 인사유명 (虎死留皮 人死留名)이란, 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다. 이 말에서 얻은 교훈으로, 우리 인생의 목적은 좋은 일을 하여 이름을 후세에 남기는 데 있다는 것이다. 

선비의 정신으로 군자의 길을 걷는 것이 바른 길이라 생각된다. 그리하여 세계인이 우러러보는 동방의 예의지국으로 거듭나기를 갈망해 본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전종실 주주통신원  jjs62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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