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다 꼴 피동형 줄이기 운동

2021. 6. 22. 한겨레신문 정의길 선임기자가 쓴 <정의길의 세상만사>에 '숨겨진'이란 표현이 세 번이나 나온다.

"(토마 피케티의 제자인) 주크만은 2015년 저서 <국가들의 숨겨진 부>로 '최상위 부자들의 숨겨진 부를 파헤친 탐정'이라는 평가도 얻었다."

"전세계 최소 128명의 정치인과 공무원, 세계 500대 부자 중 29명 등의 숨겨진 금융거래의 상세 내역이 포함됐다."

주크만이 쓴 책 원제는<la richesse cachée des nations>인데 오트르망이란 사람이 옮긴 우리말 번역서 제목은 <국가들의 잃어버린 부>라고 했다.

이 책 제목을 내가 옮긴다면 <국가 몰래 감춘(또는 숨긴) 재산>이라 하겠다. <국가들의 숨겨진 부>에 비교하여 뜻이 한결 뚜렷하지 않은가.

두 번째 지적한 문장도 '29명 등의 숨겨진 금융 거래'를 '29명이 숨긴(또는 감춘) 금융 거래'로 고치면 훨씬 우리말답지 않은가.

프랑스어 동사 cacher(감추다 숨기다)의 과거분사 caché는 굳이 '숨겨진'이나 '감추어진'이 아니라 그냥 '감춘, 숨긴'이라 하면 된다.

세금 회피 목적으로 부자들이 재산을 숨기거나 감춘 것이지 재산이 감추어지거나 숨겨진 것이 아니란 말씀이다.

서양어에 흔히 나오는 수동태 동사를 우리말로 옮기는 경우 ‘ㅡ지다’ 꼴 피동형을 부디 피하기 바란다. 'ㅡ에 의해'를 쓰지 않으면 더 깔끔한 문장이 된다.

한겨레신문은 초기에 활동한 이인호 기자 이후 교열부가 사라졌나? 대중 매체에서 교열 작업은 대단히 중요하다. 바른 교열은 우리 말글살이를 바로 이끌어 준다. 치밀한 교열은 독자에 대한 예의다. 품격 있는 문장은 신문을 돋보이게 한다.

나는 앞으로 '-지다 꼴 피동형'을 중심으로 눈에 띄는 대로 기자들이 잘못 쓴 문장을 지적하려고 한다.

관련기사 : 눈덩이처럼 불어도 세금 안 내는…부자들 자산에 과세 성공할까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 양성숙 편집위원

김민곤 주주통신원  salutatous@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