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하루!
선생님, 어느새 6월이 훌쩍 가고, 7월이 됐네요.
오늘도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 한때 소나기 소식 있네요.

선생님, 오늘 그동안 장 속에 넣어두었던 합죽선을 꺼냈어요.
에어컨은 무엇하고 합죽선을 꺼냈냐고요?!
아녜요. 선생님! 전 에어컨 바람보단 합죽선 바람이 더 좋거든요. ㅎㅎㅎ

그런데 있죠. 그 합죽선에 이 육사(1904-1944)의 시 <청포도> 전문이 쓰여 있더라고요.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온다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선생님, 끝에 '임술년 겨울에 제오회 졸업생 소오'라 쓰고 낙관을 찍었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이 합죽선은 39년 전인 1982년(임술) 겨울에 제자 장승환(현재 진주에서 한의원 개원) 군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더라고요.

선생님, 선생님도 다 아시다시피 이 <청포도> 시는 이 육사가 1939년 8월호 <문장>(文章)에 발표한 작품으로서, 당시 나라를 잃고 먼 이국땅에서 고국을 바라보는 시적자아(詩的自我)의 안타까운 마음과 향수, 그리고 암울한 민족의 현실을 극복하고 밝은 내일에의 기다림과 염원을 노래한 시가 아니겠어요!?

'청포도', '푸른 하늘', '청포'가 모두 푸른 빛깔이라면 '흰 돛단배', '은쟁반', '하이얀 모시 수건'은 모두가 흰 빛깔로 푸른 빛깔은 꿈(靑雲), 즉 희망을, 그리고 흰 빛깔은 민족(白衣), 즉 겨레를 상징한 게 아니겠어요.

선생님, 한데 지금은 그런 식민시대가 아녀요. 그런데 이 <청포도> 시를 다시 꺼내 읽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래요. 선생님! 해방된 지 76년이 됐건만 아직도 조국이 남.북으로 갈라져 있고, 최근엔 예기치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온 나라가 아니 전 인류가 시련을 겪고 있는 실정이에요. 6월 들어 수그러들듯 하던 코로나가 7월 들어 변이 바이러스로 다시 확산 되는 기미를 보여 불안해요.

선생님, 오늘 저는 이 7월이 시작되는 초하루, 이 육사의 시 <청포도>를 다시 읽으며 통일의 염원과 코로나의 박멸을 기원하고 있어요. 선생님도 함께해 주실꺼죠?

아울러 39년 전 제자도 생각하며...

선생님, 금년엔 유난히 덥다하니 건강 잘 챙기세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신축 7월 초하루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 포옹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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