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도 준치’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얼마나 맛이 좋았으면 그런 말까지 생겼을까. 어쩌면 썩는 것이 아니라 발효가 되어서 더 맛이 좋아졌을까? 아무튼 먹어보면 진짜로 맛이 있다.

준치는 청어목에 속하는 물고기로 크기는 대략 50cm 정도이다. 학명으로는 IlishaelongataBENNETT라고 한다. 물론 흔히 잡히는 물고기는 아니다. 이런 준치를 두고 아주 재미있는 말이 전해진다.

준치가 본래는 뼈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맛은 아주 좋았다고 한다. 너무 맛이 좋아 큰 고기들에게 잡아먹혀 멸종할 위기에 처했을 때 용왕님의 주재로 물고기들이 대책회의를 한 결과 자기 몸에 있는 뼈를 하나씩 빼서 준치에게 주자고 결의를 하고 모두 하나씩 빼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뼈가 많아졌다는 말이 생겼다고 전한다. 그 후 잡아먹히는 일이 적어졌는지에 대해선 전해지는 말이 없다. 어찌 되었건 준치의 맛이 최고라고 전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준치
준치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분포하고 6, 7월경에 큰 강의 하류나 하구 부근에 산란한다고 한다. 준치는 시어(鰣魚)라고도 하고 진어(眞魚)라고도 하였다.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이를 '시어'라 하고, 그 속명(俗名)을 준치어(蠢峙魚)라고 하였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진어'가 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경기도·평안도·충청도·전라도·경상도의 여러 지방에서 '진어'가 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조선 시대 초기에 많이 잡히던 준치가 너무 많이 잡아 먹히는 바람에 오늘날 귀한 고기가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조선 시대의 준치 가격을 보면 준치 1마리에 4전을 했는데, 조기는 8푼밖에 하지 않았으니 값으로 보아도 그 맛을 알 수가 있을 것 같다.

고전번역서인 옥담 시집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있다.

준치(眞魚)

해산물이 강가 시장에 가득해 / 海族塡江市
준치가 밥반찬으로 올라 기쁘구나 / 眞魚喜入粲
많은 가시는 둥근 은실 모양이고 / 亂鯁銀絲細
흰 비늘은 색이 차갑고 작아라 / 圓鱗雪色寒
솥에 넣어 탕을 끓여도 좋고 / 可下燒湯鼎
회를 쳐서 쟁반에 올려도 좋지 / 宜登設膾盤
만약 맛이 좋기로 말한다면 / 若論佳味勝
응당 팔진미의 반열에 들리라 / 應列八珍間

이 시에서 준치가 반찬으로 올라왔으니 기쁘다고 했으며, 팔진미에 속한다고 했으니 그 맛을 짐작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맛있는 준치가 옛날처럼 많이 잡히는 때가 올 수 있을지....

*팔진미(八珍味) : 옛날 중국에서 성대한 음식상에 갖춘다고 하는 진귀한 여덟 가지 음식으로 흔히 용간(龍肝-용의 간)·봉수(鳳髓-봉황의 골)·토태(兎胎-토끼의 태)·이미(鯉尾-잉어꼬리)·악자(鶚炙-독수리고기구이)·웅장(熊掌-곰 발바닥)·성순(猩脣-원숭이 혓바닥)·표태(豹胎-뱃속에 있는 표범 새끼)를 이름.(편집자 주)

 

편집 : 박춘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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