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칼럼-음악으로 감상하는 사회비평

 

출처 : 본인
출처 : 본인

‘문화의 힘’은 보이지 않는 가치이자 황무지에서 느끼는 광활함과 같다. 화려한 도시와는 다르게 찬란하고 웅장하다. 나아가 작은 것에서 비롯되는 감동까지 더 해진다. 이러한 힘은 바로 ‘영감’ 때문일 것이다. 글쟁이의 글귀는 삶을 성찰하게 해준다. 그림쟁이의 그림은 상상력을 북돋아 준다. 딴따라의 흥얼거림이 때로는 공감의 눈물을 사로잡기도 한다. 이렇듯 정치·경제보다 뒷전으로 치부되는 문화예술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결핍을 예방해줄 마지막 백신일지도 모른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소원은 “새로 만들어지는 우리나라에서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역설하였다. 백범일지에는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라고 언급하였다. 어쩌면 100여 년을 앞서는 통찰력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박정우 칼럼에서는 늘 풍요 속의 빈곤에 대해서 지적해왔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 대국이며 국방력 또한 우수하다. 우리는 더 이상 기아와 맞서 싸우지 않는다. 단지 공동체 내에서 서로를 헐뜯을 뿐이다. 양적 자원의 풍요 속에서 범람하는 질적 빈곤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하였다. 사각지대에 처한 소수자들은 외면당하고, 개인의 정신건강은 나약함으로 치부 시 되었다. 이러한 여러 사회문제는 단순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명확한 사회정의와 방향성이 제시되어야 하며, 그것을 실천할 원동력이 필요하다. 필자 또한 그 힘을 ‘문화’에서 찾고자 하였다.

한국 사회는 고도성장을 이룩해냈지만, 높은 탑의 드리운 그림자가 넓듯이 사각지대 또한 다분해졌다. 그 속에서 취약계층은 늘 외면받았고, 여성·노약자·미성년은 소수자로서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였다. 그중 하나가 바로 소년 소녀 가장이다. 부모의 사망, 이혼, 가출 등의 이유로 미성년자만으로 세대가 구성되었거나, 조부모 등 보호자가 있어도 노령, 장애로 부양 능력이 없는 세대를 가리킨다. 1996년을 기준으로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 세대는 8,100여 가구로 해마다 증가하여 2020년 8,359세대로 조사되었다. 복지국가로의 도약을 선언한 시점에서 굉장히 부끄러운 수치이다. 국가기관, 봉사단체, 후원단체 등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중의 무관심과 여론의 호도가 이어진다면 앞날은 낙관적이지 않다.

혁신, 개혁.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의미 없이 반복되는 슬로건과 보잘 것 없는 실행력에 역으로 의의가 퇴색된 듯하다. 필자는 작은 실천과 관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30일 대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한부모 가정·소년 소녀 가정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20만 원을 전달하고 사라진 청년이 화제가 되었다. 그는 흰 봉투를 건네고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온정을 실천해준 것이다. 이에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소외계층에게 직접 돈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서 문의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혁신, 개혁 중요하다. 그러나 때로는 기적을 만드는 것이 강풍이 아닌 나비의 날갯짓이라는 것 또한 깨달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헌정곡을 작곡하였다. 멜로디와 노랫말이 어우러져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북받치는 감정을 승화시켜주며, 창의적인 영감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 사각지대에 처한 소년 소녀 가장들에게. 필자 또한 그래왔기에, 어설픈 위로보다 경험을 통한 공감을 느끼기를 바랐다. 본 곡은 ‘박쓰레기’라는 예술가의 ‘소년가장’이라는 곡이다. 이 곡이 많은 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세상에 태어나 흘린 눈물이 그치지 않은

난 웃음을 잃은 외로운 소년가장 아이야

반복되는 현실 속에 상처는 아물지 않고

눈물뿐인 하루들이 사라질까 아이야

 

어른이 되면 나아질 줄 알았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난 작은 아이

 

20대가 뭘까 난 아무것도 몰라 12년을 그저 어 앉은뱅이로 끄적여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미안 엄마 빚을 갚기에 나 아직 애야 애

10억 그 책임감이 싫어 난 연락들을 씹어 그래서 도망쳐 나왔나 싶어

전 재산과도 바꾸고 싶다는 젊음은 그저 8,720원

수천 번의 바코드를 찍어도 정답이 없어 젊음의 절반이 벌써

3초 만에 버리고 간 영수증엔 나의 3시간이 매 순간이 돈으로 보여 마치 시급해

삼촌뻘에 어른들의 불만족을 위해 꽃잎이 떨어지고 그제야 동생들은 굶지 않았어

청춘아 세상을 탓하지 마라 그렇게 배워 사라진 그녀의 이야기가 영원히 잠들기를

 

어른이 되면 나아질 줄 알았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난 작은 아이

 

고된 하루가 끝나고 달콤한 꿈을 꿨어 평범한 가정 평범한 아이

집으로 가는 길 힘없는 걸음걸이가 강물로 도망치고 싶다 빌었어

밥은 먹었냐는 글귀 따윈 힘이 되지 않고 돌아온 현관 앞엔 수북이 쌓인 고지서가

문을 여니 나를 아빠라 부르는 할머니의 밥투정과 검붉은 동생의 손목 아

친구 놈은 밀린 과제에 죽고 싶다 말해 툭 던지는 말에 뚝 떨어지는

눈물이 바래 단 하루라도 단 하루라도 소년 소녀처럼 살고 싶다고

난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니기에 양복과 구두가 맞지 않는 어린아이기에

팔짱 낀 채 손 내밀지 않아 세상은 그저 상에 앉아 나에 대해 왈가왈부할 뿐 어

 

애썼어 마음에 박힌 굳은살을 어루만져도 너를 헤아릴 수 없겠지

너는 될 거야 별로인 세상을 별로 만들어왔기에 너는 될 거야

지금까지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이 말이 얼마나 듣고 싶었었는지

슬픔의 가사는 모두 지나가고 남은 마디를 아름답게 채우기를 바라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박정우 주주통신원  justiceloveagain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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