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초등 1학년 뒷바라지

“엄마, 나 공부하기 싫어~”

원격수업을 위해서 화상 수업을 준비해주고 있는데 첫째 딸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초등학교 1학년의 원격수업은 엄마가 보조 선생님이 된다. 최근 코로나 감염자가 천팔백 명대까지 치솟고 수도권을 비롯해 곳곳이 거리 두기 4단계로 격상되는 등의 변화로 방학 전 2주 동안 원격수업을 한다. 초등학생 원격수업 때문에 엄마들이 퇴사를 고민한다는 하소연을 왜 하는지를 공감하면서 대면 수업이 얼마나 그리운지 새삼 학교와 선생님, 학우들의 존재가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떠올리게 되었다. 딸아이도 학교에서 수업하는 것보다 집에서 하려니 더 귀찮고 재미가 없는 것인지 영 원격수업에 집중하지 못하였다.

엄마인 필자가 직접 국어와 수학 학습 꾸러미를 비롯해 다른 교과목을 점검하는데, 필자도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이라 잠깐 쉬는 시간에 공부를 봐주고 채점을 해주다 보니, 12시면 끝나는 분량의 과제를 4시 둘째 딸아이의 유치원 하원 시간까지 늘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둘째 딸은 병설 유치원에서 돌봄을 해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집에서 학습기로 공부하는 필자의 딸
집에서 학습기로 공부하는 필자의 딸

첫째 딸은 2주간의 원격수업 전에는 학교에서 나머지 공부를 하고 왔었다. 한글 공부를 따로 하지 않고 초등학교를 입학했는데, 주변의 다른 아이들은 한글 공부를 어느새 하고 왔는지 혼자 많이 뒤처진다고 해서 담임선생님께 걱정을 털어놓았더니, 학교 수업 마치고 한글 공부를 조금 봐주시겠다고 하셨다. 워킹맘으로서는 감사하기 그지없는데, 다른 친구들은 하교하고 자기 혼자만 교실에 남아 공부하는 게 싫은 딸아이는 종종 나에게 투정을 부렸었다. 그런데 그나마도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면서 학교에 아예 안 가게 되니 딸아이만 신나고 필자는 아쉬운 마음을 부여잡고 어떻게 하면 딸아이에게 좋은 선생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심하게 되었다.

필자가 공부를 봐주지 못하는 시간에 딸아이는 동물에 관심이 많아 유튜브에 나오는 온갖 동물 채널을 시청했다. 강아지, 고양이, 고슴도치, 앵무새, 토끼, 친칠라, 등등…. 여우와 너구리까지 키우는 유튜버가 있어서 딸아이의 호기심을 채워줄 볼거리는 넘쳐났다. 딸은 엄마에게 자신도 저 유튜버처럼 동물들을 키우고 싶다고 조른다. 안 그래도 집에서 ‘뽕이’라고 이름 붙인 햄스터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사육장과 바닥에 까는 침구 재료를 비롯해 목욕 모래, 사료, 운동기구, 장난감, 은신처 등 3달 전에 할아버지께서 햄스터를 사주시면서 함께 사 온 것들과 지금까지 추가로 들여온 물품까지 더하면 3천 원짜리 햄스터에 이미 15만 원은 썼다. 그런데, 또 앵무새를 키우겠다고, 돌아오는 자신의 생일에 선물로 앵무새를 받고 싶다고 한다. 마음속으로 앵무새 키우지 말고, 한글이나 먼저 떼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다가 멈추고, 필자는 나름대로 훈육의 기회로 삼아보려고 딸아이와 대화를 시도했다.

딸아이가 아끼는 햄스터 "뽕이"
딸아이가 아끼는 햄스터 "뽕이"

“효림아, 우리 효림이 키우려면 엄마가 열심히 돈도 벌고, 집안일도 하고, 너희 먹이고 입히고 해야 해. 네가 뽕이를 돌보는 것처럼…. 그런데, 엄마도 때로는 온종일 TV만 보거나 게임만 하고 싶을 때가 있어. 일도 하기 싫고, 너희 밥 챙겨주거나 씻기는 게 귀찮을 때가 있어. 엄마도 엄마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하기 싫은 거는 안 하면, 너희들은 어떻게 될까?"

곰곰이 생각하던 딸아이의 표정이 심각해지면서,

“우리가 배고프고 힘들겠지?”

“그래…. 네가 귀찮더라도 뽕이 밥 주고, 물 주고, 베딩이나 모래 갈아주고, 똥 치워주는 거, 안 하면 뽕이도 힘들겠지?”

“응….”

“앵무새를 키우는 건, 물론 쉽게 사 올 수도 있지만, 한 생명을 돌본다는 건 그 생명에 대한 책임이 있는 거야. 하기 싫은 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만, 다른 생명을 돌볼 수 있어. 지금은 뽕이 하나로 괜찮지만, 앵무새까지 들여오면 네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져. 그런데, 엄마와 하는 한글 공부나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는 하기 싫고, 네가 보고 싶은 유튜브 영상만 보려고 하면, 과연 다른 생명을 돌보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 말에 딸아이는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다음날 원격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한글 공부를 힘내서 해보라고 격려해주었다. 전날과는 좀 다르게 조금 집중하는 모습이었으나 오래 가진 못했다. 마음속으로 딸아이가 조금씩 할 수 있는 만큼만 자기 속도대로 할 수 있게 기다려주자고 다짐하면서도 한편으로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로 인해 요즘 아이들의 학습 결손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래. 학부모가 되지 말고 부모가 되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나의 양육 태도도 시험대에 오른 것 같다. 아이의 학업 능력이 나의 부모 됨됨이나 아이의 모든 가능성을 말해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매일 아이를 바라보며 마음속 걱정과 욕심을 내려놓는다. 코로나로 인해 외부든 실내든 마음대로 다닐 수 없는 이 시기에 맞이하는 딸아이의 첫 여름방학을 어떻게 하면 집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고심하게 되는 하루다. 마음속으로 나는 할 수 있다고 되뇌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를 오늘은 나를 위해 불러본다.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세요

그럼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요

짜증나고 힘든 일도 신나게 할 수 있는

꿈이 크고 마음이 자라는 따뜻한 말들 할 수 있어

큰 꿈이 열린 나무가 될래요

더없이 소중한 꿈을 키울 거에요

넌 할 수 있어~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박형옥 주주통신원  hyungoa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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