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꿈에 어느 댁의 초청을 받았다. 그집을 방문하기 위해 대문 앞에서 '어험!' 하고 큰 기침을 했다. 스르륵 방문 여는 소리가 나더니 안주인께서 손수 마당으로 나오셨다. 그분은 나를 보더니 눈인사를 한 후 마당 한켠 막사로 안내했다.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 갔더니 막사 안에는 검은 돼지 같이 생긴 동물 새끼들이 우글거렸다. 이제 난 새끼치고는 상당히 컸다. 이리저리  자유롭게 다니면서 저희들끼리 장난도 쳤다. '돼지 새끼에요?'라고 물으니 '아니에요'라고 말하면서 옆쪽을 가르킨다.

출처 : pixabay. 어미와 새끼 되지.
출처 : pixabay. 어미와 새끼 되지.

그쪽을 바라보니 훨씬 작은 새끼들이 오글거리고 있다. 다섯마리에요?라고 물으니, 아니에요 12마리에요 하면서 새끼들을 한 마리씩 들어낸다. 그래도 어미 젖무덤 속에서 계속 꾸물꾸물 나온다. 아주 작은 새끼라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눈을 돌려 처음 봤던 곳을 보니 새끼 돼지보다는 크고 돼지와 비슷하나 쥐새끼와도 흡사한 짐승이었다. 헌데 주둥이가 툭 튀어나와 있어 다소 징그럽고 사랑스럽지는 않았다. 여주인은 아무 말없이 곁에 서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리보고 저리보다가 그만 꿈이 깨고 말았다.
하나의 꿈에 두 종류의 동물이 동시에 나타났을까? 그것도 새끼들이. 한 종은 좀 협오스럽고 한 종은 사랑스러운 것으로 말이다.
세상사를 축약해 보여 준 것일까? 무슨 깨우침을 주려는 의도가 있을까. 꿈은 꿈일 따름이겠지만, 아침에 일어났으나 꿈이 너무나 생생하여 의미를 되새겨 본다. 이런 때를 가리켜 꿈이여 깨지마라 했던가.

마음과 정신은 바람과 함께 구름을 타고 저 산을 넘고 황야를 지나 바다를 건너고 있지만, 안타까운 육신은 찌질해져 가고 있다. 아직 거동은 한다지만 어디인가로부터/누군가르부터 태양의 에너지를 충전 받기 전에는 다시 그 시절로 갈 수 있을까 의문이다. 시간과 세월은 그렇게 돌이킬 수 없는 흔적을 몸에 남겼다. 어찌할 수 없겠지. 막막하지만 아직 청소도 하고 쓰레기도 버릴 수 있고, 산책도 할 수 있으니 그로 위안을 삼는다. 팔십이 목표 수명인데 가능하지 모르겠다. 하지만 꿈 속에서는 여전히 팔팔하고 활기차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태평 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