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 무척 덥구려!

열대야에 잠 못 이루어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오. 이때 누군가 '카톡!' 보냈소. 열어 보니 카톡 친구 자야(子夜)의 카톡이구려.

시원한 계곡 물소리 영상과 함께 아래 글귀 보냈더군요.

溪流漱石來
一石通全壑
匹練展中間
傾崖天所削

도연, 알고 보니 이 시는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1510-1560)의 <소쇄원 48영>(瀟灑園 四八詠) 중 제3영 '위암전류'(危巖展流) 전문이요.

하서(河西)가 문우(文友)이자 사돈 사이인 양산보(梁山甫, 1503-1557)의 별서(別墅, 별장) 정원을 찾아 그곳 승경(勝景)의 하나인 '십장폭포'(十丈瀑布)를 보고 읊은 것이요.

여기 '危巖'이란 '위태로운 바위'란 뜻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이룬 높은 바위란 말이요.

'展流'라 했으니 지금 그 바위 절벽에서 물이 펼친 듯 흐르고 있소. 그런데 그 흐르는 물은 마치 돌(石; 齒)을 양치질하는 듯 씻어 내리며 흐르고 있소.

그게 바로 첫 련의 "溪流漱石來"요.

헌데, 그 물은 골짜기가 하나의 돌로 통하여 흐르고 있구려.
一石通全壑!

그런데 다시 보니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 , 즉 폭포(십장폭포)는 마치 절벽 가운데에 흰 명주 필을 펼쳐 놓은 듯하오.
匹練展中間!

여기 '匹'은 명주 따위 옷감을 잴 때 한 필, 두 필 하는 수사(數詞)이고, '練'은 '누일련'자로 무명이나 명주, 모시 따위를 잿물에 삶아 물에 빨아 말리는 것으로 즉, 표백한다는 뜻이요.

그런데 다시 절벽을 보니 그 깎아지른 듯한 것이 신(天)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사람의 솜씨론 할 수 없는 것이구려!
傾崖天所削!

도연, 눈 지그시 감고 다시 이 시 읊어 보시오!

눈을 쳐들면 시원한 바람 불어오고, 귀 기울이면 구슬 굴리는 물소리 들려오리다.

도연, 이 물소리 들으며 더위 식히소서!

 

신축 팔월 초하루
김포 여안당에서 취석 한송이 서초 도연에게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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