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아파트는 복도형입니다. 한 층에 7가구가 있는 아파트로 엘리베이터가 두 대, 계단도 엘리베이터 옆과 건물 외벽에 두 개가 있습니다. 집 옆에 건물 외벽의 계단이 있어서 폭염에는 열어두기도 하고, 볶은 커피를 들고 나가서 식히기도 편리합니다.

올여름부터 담배 연기가 집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하지? 말을 해야 할까? 그냥 참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집 안에서 담배 연기를 맡기는 싫고, 이웃과 분란이 생기는 것도 원하지 않으니까요. 하루는 볶은 커피를 계단에서 식히는데 담배 연기가 올라왔습니다. 커피를 식혀 놓고 얼른 내려갔습니다.

예순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아래층 계단에 신문지를 깔아 놓고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다른 손으로는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자칫하면 감정싸움이 될 수 있기에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여기서 담배를 피우면 그 연기가 고스란히 우리 집으로 들어옵니다. 다음부터는 건물 밖으로 나가서 태우면 어떻겠습니까?”

게임에 집중해서인지, 듣기 싫은 소리여서인지 아무런 대꾸가 없었지요. 다시 한번 정중하게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쳐다보지도 않고, 알았다고 했지요. 그 모습을 보면서 ‘말이 통하는 사람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역시나 그 뒤로도 담배 연기가 계속해서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가끔 내려가 보면 자리엔 신문지가 펼쳐져 있고, 그 앞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한 재떨이까지 놓여 있습니다. 자꾸 말을 하면 감정싸움이 될 것 같아서 경비아저씨한테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아! 0000호 아저씨요! 저도 두어 번 말했는데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에요.” 합니다.

“그럼 방법이 없는 거예요?” 했더니 “그럼 어떻게 해요? 저희한테 사법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심드렁하게 말을 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데 가해자가 바뀌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다, 이게 법이란 말인가? 이런 문제로 주민들끼리 다툼이 일어나고, 심지어 살인 사건까지 발생하는데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니.

이 얘기를 했더니 ‘조금 있으면 이사 갈 건데 뭘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해?’ 합니다. “우리야 이사를 하면 그만이겠지만 이곳으로 이사 오는 사람은 어떻게 해?” 했더니 “오지랖이 너무 넓은 게 문제야.” 합니다. 헐! 이게 오지랖 문제인가?

 

편집 : 박춘근 편집위원

오성근 주주통신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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