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금요일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의 ≪평화에 미치다≫ 출판기념 대담이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언론 인터뷰’ 같은 대담이 아니라 ‘학술 토론’ 같은 대담을 원하시며 저를 대담자로 지목하셨습니다. 책 내용 가운데 오류나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출판기념회는 저자에 대한 ‘축하인사’와 ‘덕담’만 나오기 마련인데, 저는 내용에 대한 ‘시비’와 ‘비판’을 주로 제기했으니 참 이색적 출판기념회였지요.

많은 분들이 제 시비나 비판에 대해 선생님께서 “내 잘못”이라고 인정하며 솔직하게 답하시는 게 좋았다더군요. 노학자의 여유와 연륜을 느꼈다면서요.

저는 대담 직후 퇴계를 떠올리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는 책을 다시 대충 훑어봤습니다. 퇴계 이황은 1500년대 중반 지금 서울대 총장 같은 성균관 대사성으로 조선 제1 성리학자였지요. 고봉 기대승은 이제 막 과거 급제하고 아직 벼슬에 오르지 못한 청년이었고요. 고봉이 성리학에 대해 새로운 주장을 편다는 이야기를 들은 퇴계가 고봉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자신의 잘못을 알았다며 기존 주장을 고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26년 나이 차이가 나는 원로와 신참학자가 13년 동안 사랑과 존경을 담아 편지를 주고받지요. 그 유명한 ‘사단칠정(四端七情)’에 관한 논쟁입니다.

세계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 시비와 비판을 기꺼이 받아주시고 다음날엔 고맙다며 일부러 국제전화까지 주신 박한식 선생님을 더욱 존경하게 됩니다. 선생의 책 ≪평화에 미치다≫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대담 동영상 주소 덧붙입니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이재봉 주주통신원  pbp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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